나의 전공 이야기.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진학
2020-11-12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인문계열에 재학 중인 잉코 2기입니다. 오늘은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저의 목표 대학과 전공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1학년.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온 문과생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저는 화학과를 지망하는 이과생이었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미술 전공을 포기하면서 큰 고민 없이 부모님의 기대대로 이과에 왔어요. 수학에 재미를 붙이고 잘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옳은 결정인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에 적성이 없는 것이 드러나자 '과' 선택을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유부단하게 고민하던 중 저는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2학년 몫의 이과 교과서를 모두 받고 난 직후에 문과로 결정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나중에 인문대에 지원하면서 1학년 때는 화학 동아리와 과학 관련 활동을 한 이상한 생기부를 갖게 됩니다.
 
2학년.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문과를 온 저는 1학년 때의 활동 기반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에, 학교를 그저 둥둥 떠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새로 탐색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저에게 고등학교 2학년은 가장 깊은 고민과 성찰을 겪은 해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장 심혈을 쏟은 것은 제 분야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이전에 충분한 고민 없이 이과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제부턴 내가 무엇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지 찾아내야 했습니다. 그 결과가 저에겐 인문학이었어요. 저는 이 시절 처음으로 신화, 종교, 언어, 미학 등의 주제를 닥치는 대로 탐색하고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이 기록은 생기부의 독서 기록에 특히 잘 드러나있어요.
 

 
리고 이렇게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학과와 학교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개설되어 있는 철학, 국어 국문, 사학 등의 학과는 포괄적이고 학제적인 관심사를 가진 제가, 지원하기에는 국소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불만족한 상태에서 검색을 거듭한 결과, 처음으로 정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 학과가 바로 서울대학교에만 있는 아시아언어문명학부였습니다. 다음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학과 소개 중 제가 읽고 가장 가슴이 뛰었던 구절입니다. 
 

 
울대는 이런 아시아언어문명학부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선 거의 통폐합되어 볼 수 없는 다른 인문학과가 굉장히 다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학과, 종교학과, 고고 미술사학과, 미학과 등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이를 계기로 서울대학교 입학에 도전할 것을 난생처음 결심했습니다. 아마 이후로 제게 공부할 원동력을 준 것은 관심사로부터 비롯된 이 목표의식이었을 것입니다.
 
3학년. 이때에는 입시 공부에 집중한 탓에 목표에 대한 고민이 2학년 때만큼 왕성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1학년 때의 생기부에 이과 관련 활동이 몇 개 있을 뿐 생기부가 전체적으로 너무 빈약한 것(학교 선생님들과 이지 선생님께 혹평을 많이 들었습니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3학년 생기부에는 최대한 내 관심사와 그에 대한 탐구를 반영해, 서울대 인문대에서 원할 만한 학구적인 인재상을 만들어내자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서울대 인문대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서울대 도서관까지 방문하면서, 2학년 때 흥미를 느끼고 탐구했던 분야들을 더더욱 심화시켜 지식과 생각을 쌓아갔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3학년을 보내며 저는 지역 균형 전형으로 서울대 인문대학에 지원했고, 면접을 잘 치른 뒤 가까스로 합격해 서울대 인문대생이 되었습니다.
 
으며. 제가 이렇게 학년 순서대로 이야기를 단순하게 술술 풀어나간 것은 그게 쓰기 쉬워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의 고등학교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서사가 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번의 입시 경험밖에 겪지 않았지만, 대학의 교수와 입학 사정관은 결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이를 뽑고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만해도 1학년 생기부는 거의 비어있는 데다가 활동도 이과 활동밖에 없어 전공적합성을 해쳤고, 2학년 때에도 중요한 세특사항들은 많이 신경 쓰지 못한 채 책만 많이 읽었습니다. 다만 저의 생각에 저는 고등학교 생활에 몇몇 굴곡과 변화가 있었지만 그에 합당한 고민을 지속하면서 어떤 목표 혹은 지향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아마 그 지향점이 ‘내 관심사를 공부할 수 있는 서울대 인문대를 가는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런 고민과 노력으로 제 고등학교 생활이 생기부 내에서 이 글 같은 서사로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정량적으로 학생의 스펙을 평가하기보다 (물론 내신은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학생의 서사와 굴곡을 살피면서 그 과정에서 학생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들으면서 이 학생이 대학에 와서도 과연 고민하며 배울 수 있을지 여부를 평가할 거예요.
 
그러니 이 칼럼을 읽는 학생 여러분은 모쪼록 생기부와 고등학교 생활을 꾸리는 데에 있어 담대한 마음을 가지고, 무조건 활동을 많이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강박적인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여러분의 개성과 스토리를 완성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충분히 여러분의 매력으로서 대학에게 어필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상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번 칼럼을 끝맺겠습니다. 
 
 
Kakaotalk share FaceBook share NaverBlog share URL Copy
김재희 @재이
서울대학교 미학과

제가 걸어온 길을 나눕니다. 참고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