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가운데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 '누항사' 살펴보기
2022-03-02

 

안녕하세요. 이제 3월입니다. 3월은 수험생 여러분께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방학 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얼마나 숙지했는지 평가받을 뿐 아니라 올해 재학생 중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을 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여러분들의 시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능특강에 실린 작품 중 박인로의 '누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전시가, 그중에서도 가사문학을 특히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주목하기 바랍니다. 늘 기출문제 1순위로 손꼽히는 이 작품에는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조선사회의 모습과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 자연에서 살고자 하는 사대부 화자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누항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전체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누항사는 가사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가사는 4음보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기에는 주로 자연예찬이나 임금에 대한 연정을 주제로 쓰였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작자층이 평민, 여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주제와 내용이 다양해집니다. 수능특강 교재에 실린 '자도사'와 '덴동어미화전가'도 가사 작품의 하나입니다. 전자가 연군지정의 정서를 노래한 대표적인 양반가사라면, 후자는 덴동어미가 젊은 과부의 재가를 반대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평민 가사로 볼 수 있습니다. '누항사'에도 자연에 묻혀 살고 싶은 화자의 소망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직후의 궁핍한 사회상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다른 양반 가사와 그 양상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전후 현실이 작품 속에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우선, ‘어리고 우활한 건 이내 위에 더는 없다’로 작품이 시작됩니다. 이는 ‘나는 어리석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화자는 어떠한 근거로 자신을 어리석은 이로 규정하고 있을까요? 여러 장면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농사를 짓기 위해 소를 빌리는 부분이 화자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교재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만약 수능에 출제된다면 충분히 실릴만한 부분입니다.
 
화자는 임진왜란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게 됩니다. 양반의 신분이었지만, 전쟁 후 먹고살 만한 수단이 없으므로 화자 또한 힘든 농사일을 하며 지내야 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씨를 뿌리고 곡식을 자라게 할 농지를 고르게 다듬어야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소에게 쟁기를 걸어 밭을 갈았습니다. 화자도 농사를 지으려면 소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였기에 옆집에서 소를 빌려야만 했습니다. 양반 체면에 소를 빌리러 간다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화자는 한밤중에 허겁지겁 옆집으로 달려갑니다. 이 부분에서 ‘달 업슨 황혼의 허위허위 다라가셔’라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허위허위는 허겁지겁이라는 음성상징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힘들게 옆집으로 갔지만, 옆집의 소 주인은 이미 다른 이에게 소를 빌려주기로 했다며 화자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결국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화자는 농사를 포기하게 됩니다. 작품에서는 소 빌리기에 실패한 화자가 ‘풍채 저근 형용애 개즈칠 뿐이로다’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초라한 모습과 개 짖는 상황을 연결하여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드러냅니다.
 
 
결국 화자는 농사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꿈꾸었던 자연에서의 삶을 떠올립니다. ‘명월청풍’, ‘풍월강산’, ‘무심한 백구’ 등의 시어를 사용하여 자연에서의 삶을 노래합니다. 여기서 무심하다는 것은 ‘마음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욕심이 없다’로 해석해야 합니다. 고전시가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이므로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후에는 ‘빈이무원’의 경지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비록 가난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아가 유교적 이념인 ‘충효’, ‘화형제(형제끼리 화목하게 지냄)’, ‘신붕우(친구 간에 신의를 지킴)’를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이야기로 시는 마무리됩니다.
 
지금까지 박인로의 누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양반 사대부였으나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화자가 겪은 고통과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겠지만, 여러분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본격적인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수험생분들뿐만 아니라 고1, 고2 학생들도 학기 초에 부지런히 공부해 뒤처지거나 성적이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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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효정
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