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합격생의 통계학과 세특 생기부 주제 및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
2024-04-17

내신을 뒤집을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는 생활기록부입니다. 저 역시도 국제고의 특성상 낮은 내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유니스트 경영까지 7장의 수시 카드를 전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썼고, 4개의 대학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통계학과 생기부 주제 및 잘한 점과 부족하고 아쉬웠던 점,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까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내용을 점차 심화시킬 것

제 세특을 보면 확실히 점점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첫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생기부의 내용을 점차 심화시켜라’입니다. 1학년 때 다루었던 주제 중 일부를 2학년 때 추가 탐구를 하고, 그 탐구에 의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탐구를 3학년 때 해나간다면 연관성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1학년 정보 시간에 코딩 프로그램인 파이썬과 통계 분석 프로그램인 오렌지3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에 저는 3학년 정치와 법 시간에 여론조사에 대한 세특 활동을 하면서 베이지안 정리를 파이썬으로 코딩하는 과목 간 연계와 심화를 모두 이루어냈습니다.

 

오렌지3의 경우에도 2학년 학급 특색 활동으로 붓꽃의 종류를 구별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3학년 생활과 윤리 시간에는 지역 격차의 양상을 딥러닝을 통해 학습시키고 미래의 격차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였습니다. 이처럼 심화되는 세특과 과목 간 연계를 통해 풍부한 생활기록부를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 양보다 질

다음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양보다는 질’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과세특에 들어가는 활동이 많을수록 좋다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1학년 당시에는 활동이 많이 들어갈수록 생활기록부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여 한 활동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활동 자체만을 많이 하기에 바빴습니다.

 

덕분에 1학년 생기부는 나열식 문장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하나 혹은 두 개의 활동에 대한 심화적인 탐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발표를 했다면 발표 하나만으로 끝내지 말고 발표에 대한 질문을 받은 내용 중에 자신도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골라서 추가 논문을 탐구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책도 참고하여 내용을 여러 번 cross-fact-check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학생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 능력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생기부’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틀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활동을 최대한 자세하게 다루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과목 간 연계 융합 활동으로 경제와 수학 교과목을 선정하여 진행했던 활동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의 지도 하에 3명의 친구와 한 팀이 되어 고등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경제 내용인 ‘후방 굴절 노동 공급 곡선’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후방굴절노동공급곡선에 대해 설명하고 소득-여가 선택 모형을 이용해 곡선을 임금의 인상에 따른 1인, 2인 가구에 적용시켜 달라지는 곡선의 기울기를 실제로 계산하고 나아가 3인 가구로까지 확장해 보았습니다.

 

 

| 전공과 무리하게 엮지 말 것

세 번째 조언은 ‘무리하게 전공과 엮으려고 하지 마라’입니다. 저는 1학년 초반에는 국제계열로 진로를 잡았고 중후반부터 경영 쪽으로 진로를 잡았습니다. 2학년 때는 경영과 경제를 혼용하였고 후반부터 통계학과를 희망하여 뒤늦게서야 통계 쪽으로 생기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경영과 경제에 비해 통계는 생기부에 녹여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단순 통계 자료를 활용한 활동은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생활기록부가 너무 표면적이고 앝아 질 것이 뻔했습니다.

 

무리하게 통계로 엮으려다가 오히려 초등학생 생기부가 되어버리는 꼴이 나면 안됐기에 저는 엮기 힘든 과목은 억지로 엮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파이썬과 오렌지3와 같이 문과 학교에서 이과적인 측면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설계하였지만 그마저도 이용하기 힘든 주제에서는 통계와 비슷한 계열인 경제 쪽을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위 내용은 제 세계사 세특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주제 탐구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진로와 무리하게 엮지 않은 상태로 심화적인 탐구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생활기록부의 질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초반부터 너무 구체적인 진로는 피하자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너무 구체적인 진로를 잡지 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의과대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1학년 생기부를 전부 신경외과 쪽으로 맞춰놓았다면 의예과에 합격할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 다른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 역시도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무리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도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처럼 통계학과를 희망하는 경우, 1학년 초반에는 사회과학계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성적이 나오면 2학년 때부터 상경계열, 3학년 때는 정확히 ‘통계’를 언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의 경우, 처음에는 생명에 대한 관심을 표하다가 2학년 때 생명 중에서도 신경 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다음, 성적이 나오면 신경외과, 나오지 않으면 생명 공학 쪽으로 생활기록부를 마무리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치며

저는 세특을 위한 활동을 뒤를 생각하지 않고 진행했던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 과목의 세특에 나중에 가면 기억도 안 나는 도서를 두 권씩 넣고, 풍부한 생활기록부를 위해 논문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전부 제시문 면접이어서 그 책들을 다시 읽을 필요는 없었지만 만약 생기부 면접이 있었더라면 수능 최저를 공부 할 시간이 많이 없었을 것입니다.

 

생기부 활동을 할 때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부분은 ‘활동을 기록하기’입니다. 하나의 탐구가 끝날 때마다 탐구 계기, 탐구 내용, 참고 문헌, 그 문헌 요약, 느낀점 등을 자신이 알아보기 편하게 정리해놓으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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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현 @혀니
고려대학교 통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