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태영이는 5년 전에 제게 잠시 수학을 배웠던 학생입니다. 당시 개인 형편 때문에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안타까움이 컸었지요. 어느덧 군대를 다녀오고, 몇 가지 사회 경험도 쌓은 끝에, 다시 수능에 도전해 보고자 선생님에게 전화를 주었습니다. 해야 할 말이 정말 많은데,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좀 엉뚱하죠? 저도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어때? 공부시간만 맞추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른 시간에 자고,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 즉 잠을 통제하는 학생들이 재수에 성공했습니다. 부모님, 가족들과 함께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지체 없이 학원이나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혼자 뒤늦은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집에 더 오래 머무르거나 하루를 건너뛰는 일들이 잦았어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컨트롤 하는 게, 바로 잠이었던 거죠. 이제 막 시작되는 겨울, 시린 새벽에 별을 보며 나갔다, 별을 보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외로울 수도 있습니다. 동료도 없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딱 1년만 시린 겨울의 고독을 견뎌봅시다.
'선생님,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일 배운다고 지방에 내려가 새벽일 나가던 때보다 훨씬 즐거울 것 같아요.
그날도 엄청 추운 새벽이었어요.
숙소에서 일어나 작업화 끈을 묶는데,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닌 삶을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게 막막하고 답답했거든요. 그치만 재수는 열심히 공부해서 1년 뒤면 다 털고 대학생활이라는 걸 할 수 있잖아요! 전 정말 자신 있습니다!'
‘독서실을 바꿔볼까?'
'공부는 몇 시간 해야 하지? 기본서는 몇 회, 기출문제는 몇 회 돌릴까?'
'이번 수능은 국어가 더 어려울까, 수학이 더 어려울까?'
'아, 딱 10분만 카톡을 할까 말까?'
현재에 충실한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할 틈이 없습니다. 매일의 나, 지금의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세요. 잠자리에 누우며, ‘와, 오늘 정말 후회 없이 공부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선생님, 틀린 문제는 몇 번 봐야돼요?’ 이런 식의 질문들 많이 하죠. 대답은 뭘까요? ‘될 때까지 끊임없이요.’입니다. 집요하고 충실한 하루하루가 모여, 누구도 깨뜨리지 못하는 1년이 되는 겁니다.
재수 성공의 세 번째 비결은 '재수라는 여정을 함께할, 소중한 한 사람'입니다.
같이 시간을 때우거나, 같이 고민에 빠지거나, 같이 갈팡질팡할 사람이 아닙니다.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가 본 사람, 정확한 목표와 루트를 아는 사람, 나를 끝까지 지켜주고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그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를 가다듬게 되는 사람, 난관에 부딪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단호하고 짧은 말 한마디로 나를 전진시킬 사람, 그런 사람 한 사람은 꼭 내 곁에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이번 수능 반드시 성공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