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칼럼] 미타찰에서 다시 만날 사랑하는 나의 누이! 고전시가 - 제망매가- 배우기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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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제망매가를 통해 살펴보는 가족애

 

'동기’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을까요? ‘같을 동’자에 ‘기운 기’를 뜻하는 이 한자어는 같은 기운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 세상에서 같은 기운을 타고난 사람은 누구일까요? 같은 기운을 타고 났다함은 같은 부모를 두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동기간이란 여러분의 형제자매를 뜻합니다. 여러분은 형제자매와 사이가 어떤가요?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이라 말을 섞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쁘거나 혹은 같이 쇼핑을 다니거나 게임을 할 정도로 친밀할 수도 있겠지요. 여기서 슬픈 상상을 한 번 해봅시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형제·자매와 헤어져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들은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하면 그립고 외로운 기분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린 시절부터 집이라는 친밀한 공간에서 친구처럼 지내온 존재가 사라지는 건 상상만으로도 슬프리라 생각됩니다.

 

 

 「제망매가」에는 동기를 잃은 오라비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월명사에게는 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여기서 누이는 여자형제에게 두루 쓰이는 호칭입니다. 누나나 여동생이 되겠네요.)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월명사는 누이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나는 (저승으로) 간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갔다는 구절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이는 ‘이른 바람에 떨어지는 잎’에 표현된 것처럼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누이의 죽음은 한층 더 안타깝고 슬픈 일이 됩니다.

 

 
사실 이 시에서는 월명사가 누이의 죽음에 대해 쓴 시라는 것인 전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라는 단어를 통해 월명사의 형제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늘 함께였던 존재가 사라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처음에는 슬프겠지만, 허무한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가족의 죽음은 큰일이지만, 타인에게는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니니까요. 또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죽어서 어디에 갔는지 모르는 것도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월명사는 ‘가는 곳을 모르온저!’라고 말하며 삶의 허망함을 토로합니다. 만약 시가 슬픔에서 끝났다면 우리는 이 시를 배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시의 진정한 가치는 마지막 결구를 통해 드러납니다.

 

여기서 잠깐! 10구체 향가의 결구는 어떤 단어로 시작할까요? 맞습니다. 지난번에 설명한 대로 감탄사로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감탄사를 사용하나요?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마음속으로 아! 하고 외치지 않나요? 월명사도 ‘아아’라는 감탄사를 통해 누이의 죽음을 새롭게 인식합니다. 월명사의 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월명사의 이름이 ‘사’로 끝나는데 주목해 봅시다. 보통 ‘사’라는 글자는 고승의 이름 뒤에 붙습니다. 원효대사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바로 스님입니다. 월명사도 부처를 모시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스님이었습니다. 월명사는 혈육의 죽음을 종교적으로 승화하고자 합니다. ‘아아’라는 감탄은 누이의 죽음이 둘의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명사는 ‘미타찰’ 즉 극락에서 누이와 만날 날을 ‘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외칩니다. 시를 다 읽으면, 종교를 통해 슬픔을 승화하고 있는 월명사와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요? 글을 다 읽은 후 내 안의 슬픔이 무엇인지, 어떻게 슬픔을 이겨내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제망매가」외에 혈육과의 이별을 노래한 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2. 10구체 향가의 특징을 정리해 봅시다.

3. 「제망매가」의 화자는 슬픔을 어떻게 승화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