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판 부부의 세계, 처용의 관대함 역신을 물리치다.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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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안녕하세요.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종영되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도 부부의 세계

재밌게 보았나요?

 

보았다면.... 큰일입니다.

19세 이상 관람가니깐요.

 

졸업하고 보세요^^

 

사실 부부의 세계는 제목처럼

부부의 이야기라 학생 여러분들이 공감하거나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부부의 세계처럼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싸우고 갈등하는 내용은 예부터 이어져 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고전소설 『사씨남정기』는 유연수를 사이에 둔 사씨와 교씨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치정극을 다룬 것처럼, 『사씨남정기』에서도 남편 유연수를 사이에 둔 두 여인의 다툼이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배경이 현대로 옮겨오면서 가치관이 변화하고 그 이야기의 양상과 결말이 달라지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공통된 요소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문학에는 인류 보편의 정서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남녀 간의 사랑과 복수라는 주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좋아하고 즐기던 이야기였습니다.
 

 
 
▶ 처용가
 

  

이런 인류 보편의 정서가 드러나는 향가가 있습니다. 바로 「처용가」인데요.

「처용가」에도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처용그의 아내, 그리고 역신이 등장합니다.

 

처용의 아내를 두고 역신과 처용은 삼각관계를 형성합니다.

사실 처용의 아내는 처용과 부부이기 때문에 역신과의 관계는 불륜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의 애인이 바람을 피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마 배신감에 몸이 떨리고 화가 나겠지요.

 

 

하지만 대인배 처용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작품을 보면서 처용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한 번 살펴볼까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처용은 이불 속 다리가 네 개임을 확인합니다. 처용의 집에는 아내밖에는 없으므로 두 개의 다리만 있어야 정상이지만, 웬일인지 낯선 다리 두 개가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처용은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체념하고 받아들입니다. 시만 보면 처용의 과대함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설화에 나타난 이야기를 통해 처용관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처용은 이 향가를 부르며, 춤을 춥니다.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는 처용을 보며 역신은 “내가 공의 아내를 사모하여 범하였는데도 공은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으니 감동하여 아름답게 여기는 바입니다. 맹세코 지금 이후부터는 공의 형상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때, 역신은 역병을 옮기는 신을 의미합니다. 역병은 전염병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못된 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전염병을 관리하기 때문에 급속도로 바이러스가 지 않고 있지만, 신라 시대에는 질병을 관리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것한 나라의 존망을 위협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용의 관대함으로 인해 역신이 물러가면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 처용의 그림이 역병에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확인할 바가 없습니다. 다만, 민간에서 처용의 그림을 문에 붙임으로써 전염병이 도는 와중에서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와중에 등교도 하고, 입시 공부도 해야 하는 여러분에게도 처용의 그림과 같이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요?

 

 

꼭 전염병 상황이 아니더라도

위기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여러분에게 위안과 힘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