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문광역 신입생의 나의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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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
이지수능교육 서포터즈 @재이

안녕하세요! 잉코의 김재희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계열(광역)에 재학 중이며, 내년에 미학과로 진입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전공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 및 전공 선택과, 생기부에서 전공적합성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진로 및 전공 선택

 

 

우선 고등학생일 때 저의 전공 선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 학종을 쓰기 위해선 3년 동안 일관성 있는 진로희망을 써야 한다고도 하지만, 저는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학년 때는 이과를 선택해 화학 동아리까지 가입했지만, 2학년이 되기 직전 인문학에 꿈이 생겨 문과로 전향했습니다.

 

책을 통해 새로 접하게 된 신화나 고대 문명, 예술의 세계에 크게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또는 고고미술사학과를 목표로 잡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어차피 선발이 인문광역 단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2년 동안에도 그러한 관심과 탐구가 점차 넓고 깊어지는 과정에서
진로희망을 언어학자에서 고고인류학자로 변경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다른 진로희망이 적힌 생기부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생활 중 진로희망을 바꾸는 것에 불안해하는 여러분에게,
꼭 진로가 3년 내내 동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무턱대고 변덕스럽게 진로를 정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교수나 입학사정관들은 스물도 안 된 고등학생들이 하나의 직업을 택해
그것만을 바라보며 고등학교 생활하기를 권장하는 게 아닙니다.
대학에서 보고자 하는 본질이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
얼마나 학문을 진지하고 우수하게 수학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진로희망을 붙잡고 3년을 헌신하며 집중해온 학생도
물론 매력적이겠지만,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하며
탐구 정신을 빛내는 학생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대학에선 우리가 아직 미성숙하고 경험 적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진로에 대한 강박을 갖지 말고, 고등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고뇌와 탐구를 하며 거기서 배워나가세요.
차라리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생기부에 매력적으로 녹여내는 일입니다.  

 

 

 
 

 

전공 적합성 드러내기

 

 

 

이것도 사실 앞의 소주제와 비슷한 논지입니다.
저는 내신은 최상위였지만 비교과는 정량적으로 볼 때 좋은 스펙이 아니었습니다.
생기부는 도합 18페이지이고 1학년 세특은 거의 챙기지 못했고,
봉사 시간과 수상 이력도 너무 적으며 리더쉽 경험도 3학년 반장이 끝입니다.


그나마 봐줄 만한 양을 갖춘 것은 독서(76권)였습니다.

(결국 액티브한 인재상을 추구하던 연세대학교 학종에서는 불합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서울대 인문광역에 학종으로 합격한 이유
생기부에서 드러나는 명확한 저의 캐릭터와 전공 적합성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에 관해선 두 가지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는 1학년 말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생겨 특히 신화와 종교라는 테마에 관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그러면서 생긴 저의 생각과 견해를 여느 학종러들이 그렇듯 보고서나 프로젝트 등으로 담아냈습니다.

 

그중 한 보고서에서, 저는 “세계 여러 종교 의식 사이에 뜻밖의 유사성이 다수 발견되는데, 이를 미루어 볼 때 종교들이란 사실 동일한 실재를 담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종교학에 대해 공부를 더 진행하면서
스스로 그 주장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달라진 견해를 다시 글로 쓰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서울대 면접에서 교수님이 직접 흥미를 갖고 질문하신 내용이기도 했는데,
처음엔 잘못된 주장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련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되돌아 생각해볼 때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견해를 가지고 그것을 수정해나간다는 것은,
전공과 분야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를 누적시켜나간다는 증거인 동시

진지하고 유연하게 학문을 대한다는 전공 적합성의 증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순수학문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학생분들은 이렇게
역동적인 탐구 경험을 생기부에 드러내는 것이 도움될 것 같습니다.

또 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독서에 집중을 많이 한 케이스입니다.


실제로 제 희망 전공에 큰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독서에 심화해서 몰두한 것이 전공 적합성을 크게 부각시키며 다른 부족한 ‘스펙’을 보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근거가 된 독서 경험이 바로 서울대 도서관을 방문한 것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학문들은 대체로 대중적인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큰 서점을 자주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도서를 찾기 어렵거나 입론서들 위주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서점과 도서관을 전전하며 책을 읽었지만 만족하지 못해, 결국 더 깊은 독서를 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도서관 방문을 결심했습니다.


그곳에서 읽어 생기부에 적힌 도서는 리그베다의 원서, 저명한 종교학자의 원서, 여러 시각 자료집 등으로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들었던 깊이 있는 도서들이었습니다.

도서들은 실제로 제 전공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동시에 전공 학문에 대한 열정과 적합성을 보여주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역시 면접에서도 교수님이 큰 흥미를 보이신 대목 중 하나입니다.
(리그베다 원서를 읽은 경험에 대해 자세히 질문하셨습니다.)

 

 

 


전공 선택이나 생기부에 있어서, 저는 정량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크게 뛰어난 경우가 아닙니다.
진로는 계속 바뀌었고, 생기부는 여러모로 뒤떨어진 스펙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리더쉽 경험이나 대회 수상 등을 꼼꼼히 챙기는 능력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저는 제 수준에서의 최선과 열심을 다 했고, 합격했습니다.
저 한 명의 경험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합격하고 나서 대학은 우리에게 결점이 없는 생기부가 아니라,
딱 열아홉 살짜리의 생기부를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말 비범한 사람도 있는 법이겠지만요.)

 

입시를 겪는 여러분이 이 생각을 하며 진로와 전공을 선택하는 데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고, 여러분의 스토리를 담은 생기부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