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의 두 번째 행을 한 번 살펴볼까요?
‘잉무든 장글’이라는 시어를 통해 그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잉무든 장글’은 세 가지로 해석됩니다.
녹 슨 쟁기, 녹 슨 병기, 녹 슨 은장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화자를 농토를 잃은 농민으로 본다면 녹 슨 쟁기가 되고,
변방의 병사로 본다면 녹 슨 병기 즉, 녹 슨 무기가 됩니다.
이어 화자를 이별한 여인으로 본다면 녹 슨 은장도가 되겠지요.
농민의 쟁기가 녹이 슨 것은 농토를 잃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게 된 것을 보여주고,
마찬가지로 변방 군사의 녹 슨 무기도 무공을 세워 중앙으로 진출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의미합니다.
은장도는 여자들이 지조와 절개를 지키기 위해 지니고 다녔던 작은 칼로
자신의 정절이 훼손당할 위기에 사용하던 자결용 무기였습니다.
임과 이별했기에 더 이상 은장도가 필요 없게 된 것이지요.
화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지만 속세에서 화자의 욕망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외롭고 쓸쓸하며 고통스럽지는 않은가요?
화자는 낮은 이렇게 저렇게 잘 지냈지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홀로 보내기 힘듦을 토로합니다.
낮에는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갈 곳도 있지만 해가 진 밤에는 방에서 홀로 고통을 곱씹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요.
화자의 절망은 ‘돌’이라는 시어를 통해 더욱 증폭됩니다.
어디다 던지려던 것인지, 누구를 맞히려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돌 하나가 날아와 화자를 때립니다.
여러분도 길을 가다 공이나 돌에 맞아본 경험이 있나요?
하필이면 내가 왜 공을 맞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됐을 때, 우리는 ‘운명’의 탓으로 그 원인을 돌리곤 합니다.
화자도 자신이 당한 고통을 ‘돌’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운명임을 깨닫고 이를 수용하게 됩니다.
화자는 이제 ‘바다’(바라)로 떠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바다’는 1연의 ‘청산’과 그 의미가 같습니다.
바다 또한 화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을 뜻합니다.
이상향에 도달한 화자는 나마자기 구조개를 먹으며 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현대어로 풀이하면, 나문재와 굴조개를 의미합니다.
나문재는 해변가에서 자라는 식물이고 굴조개는 굴과 조개를 의미합니다.
어느 바다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따라서 나문재, 굴조개는 이상향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 다음 시간에 계속
1) 1연에서 나문재, 굴조개와 의미가 같은 시어는 무엇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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