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탐구과목이 제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려드릴게요. 우선 저는 이과이기 때문에 과학탐구과목을 선택했어요. 저는 서울대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과탐 투 과목을 제외하고 물1, 화1, 생1, 지1 중에서 두 과목을 골라야 하는데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고2 3월 모의고사부터 고3 4월 모의고사까지 계속해서 과목을 바꿔가며 응시하면서 고민했죠. 고2 모의고사 때는 시험이 비교적 쉽다 보니 물1, 화1, 생1, 지1 모두 1등급을 받았어요. 사실 이때 특정 두 과목만 등급이 높았다면 고3 수험생활이 더 편했을 거 같아요. 모든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됐어요. 고3이 되면서 수시전형에 집중하느라 탐구과목에 소홀하다 보니 "나는 다 1등급 받아 봤으니까 아무 과목이나 선택해도 괜찮을 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이 계속 이어졌어요.
ㅣ6월 모의고사 과탐 5등급
그러다가 6월 모의고사에서 생명과학 1, 지구과학1로 시험을 쳤는데 믿을 수 없는 등급이 나왔어요.
두 과목 모두 5등급이 나온 거예요. 저희 고등학교는 고3 내신으로 과탐 투 과목을 배웠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6개월 이상을 수능탐구과목은 손 놓았다고 봐도 무방했어요. (저는 고3 3, 4월 모의고사 때 컨디션이 안 좋아서 탐구과목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6월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 저는 온종일 멍하니 있었어요. 최저등급은 맞추어야 하는데 믿었던 탐구과목이 발목을 잡게 생겼으니.. 그 당시 마음이 수험생활 중 가장 뒤숭숭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탐구과목별 특성을 분석해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이 제게 맞는지 생각해봤어요.
물리1 - 생각해보면 과학을 배우는 입장에서 물리는 단순히 멋있어서 공부했던 거 같아요. 물리는 계산을 하고 수식을 쓰면서 푸는 과목이다 보니 저하고는 잘 안 맞았어요. 계산과목은 수학 가형 하나도 벅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물리는 일단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화학1 – 재밌고 제가 좋아하는 과목이었어요. 그래서 화1, 생1으로 정하려고 했는데 문제를 풀면 풀수록 화학 킬러 문제들이 제게는 꽤 까다롭게 다가왔어요. 공부하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점수향상을 위해 일단 화학도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생명과학1 – 아무래도 제가 진학하려는 학과가 의료계열이다 보니 생명과학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고민 없이 선택했습니다.
지구과학1 – 공부하기는 싫은데 하기만 하면 성적이 오를 것 같은 과목이었어요. 화학과 지구과학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참 힘들었지만,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선택한 과목이에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탐구과목에서 고민이 많은 분은 지구과학 한 번쯤은 꼭 고려해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정말 괜찮은 과목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생1, 지1을 선택하였고, 이때가 아마 고3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7월 초였을 거에요. 저는 본격적으로 수시 원서지원 계획을 세우고 최저등급충족을 위한 최소한의 탐구등급을 계산해봤어요. 탐구 두 과목 중 하나는 1등급 하나는 최소한 2등급을 받아야 했어요. 저는 ‘수능 날 최고점수를 받자’라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탐구 공부에 들어갔어요.
ㅣ7월 중순 ~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
ㅣ9월 평가원 모의고사
보시다시피 생명과학은 3등급, 지구과학은 4등급을 맞았어요. 두 과목 모두 오르긴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수준이에요. 저는 9월 모의고사가 끝난 직후부터 탐구 공부를 ‘미친 듯이’ 하기 시작합니다.
ㅣ9월 평가원 이후 ~ 수능 전
먼저 생명과학의 경우, 5개년 기출 분석을 4회 반복하고 개념 백지 노트 작성과 사설 문제집 무한 반복을 두 달 남짓한 기간 내에 모두 끝냈어요. 돌이켜보면 기출 분석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기출 분석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문제와 선지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이 선지의 출제의도와 문제에서 물어보고자 하는바’를 잘 파악하면 돼요.
수능시험장에서는 문제 하나하나를 여유롭게 읽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문제를 딱 보자마자 접근법과 풀이법이 떠올라야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어낼 수 있어요. 이 사고를 떠올리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기출 분석이라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백지 노트작성은 A4용지에다가 그날 복습한 개념을 적어보면 돼요. 다 못 적어도 상관없으니 수능 전날까지 꾸준하게 해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특히 저처럼 탐구과목을 늦게 정한 분이면 개념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이 방법을 통해있는 개념을 최대한 체화 시키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사설문제집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저는 이지수능교육 자체교재와 대치동 모학원의 킬러모음 문제집을 풀었어요. 사실 어떤 문제집을 풀든 상관없어요.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보면서 문제 푸는 감을 익혀주세요. (생명과학은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거의 풀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사설문제집을 풀고 남는 시간에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풀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지구과학은 정말 문제를 많이 풀었어요. 남들이 1~2년동안 풀 문제를 두 달 만에 다 풀었습니다. 하루에 300문제 정도 푼 것 같아요.
사설문제집 10권 이상+수능특강+수능완성+기출 분석 까지 두 달 안에 끝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해냈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왜 지구과학은 개념공부를 안 하셨지?”라는 의구심이 들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문제를 풀면서 선지를 다 외워버렸기 때문에 따로 개념공부는 안 했어요. 다른 과목은 이 방법이 힘들지만, 지구과학의 특성상 지엽적인 내용이 많고 그중에 꼭 필요한 내용만 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익히는 방법이 지구과학에는 딱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ㅣ대망의 수능
생명과학 2등급, 지구과학 1등급을 맞아서 모든 대학의 최저를 충족시켰습니다. 물론 국·영·수는 항상 최저를 충족시킬만한 등급이 나와줘서 수능 때도 국·영·수 등급으로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탐구등급이 나쁘게 나왔다면 좋은 국·영·수 등급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최저 미충족이 되는 슬픈 상황이 되었을 거예요.
저는 특별한 공부방법이 없어요.
그냥 성실하게 매일매일 공부한 것이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평범하게 꾸준히 공부하기만 해도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 돼요. 저는 탐구과목을 제대로 준비한 게 9월~11월 이렇게 딱 두 달이에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더 많은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매일매일 열심히 한다면 저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공부하면서 특별한 공부법, 단기간에 점수 올리는 요약집, 공부요령 같은 쉽게 점수 올리려는 수단을 찾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런 방법으로 점수 올릴 생각보다는 묵묵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재와 방법으로 수험생활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공부방법과 실력을 토대로 수능을 보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