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인문계열에 재학 중인 잉코 2기 김재희입니다. 오늘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주제 MBTI와 저의 고등학교 시절 입시를 연관 지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INTP
저는 2018년 처음 MBTI 검사에 관심을 가진 이후 여러 번 검사를 했지만 단 한 번도 다른 유형이 나와본 적이 없는, 진성INTP입니다.
INTP는 MBTI의 네 가지 구성 지표에서 각각
내향형(I), 직관형(N), 사고형(T), 탐색형(P)이 결합된 유형입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특징들은 저에게도 조금씩 해당하며, 고등학교 시절 저의 독특한 공부 방식을 만들어내는 데에 크게 일조했습니다.
지금부터 말하는 저의 입시 이야기는 꼭 좋은 일화들만은 아니며, 보고 따라 하려고 마음먹기보단 “저런 성향도 있구나. 나도 마음 편히 다잡고 내 방식을 찾아 더 효과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고등학생 때 저는 다른 전교권 친구들과 비교하면 ‘순공시간’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공부를 하면서 공부 시간 10시간을 넘긴 적은 손에 꼽을 테니까요. 대신 저는 확실히 다른 친구들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했었고, 그 무기가 바로분석이었습니다.
제 3학년 1학기 국어 내신 공부 경험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문학, 화작문, 독서라는 여러 분야로 쪼개진 국어 수업을 하기 위해,우리 학교에서는 여러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 그 상황에서 제 내신 공부는 선생님들의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선생님의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수업 방식을 관찰하며 어떤 스타일로 출제하실지, 어떤 분야에 자신감을 가진 선생님이신지를 자연스럽게 예측했고, 바탕으로 나중에는 작년 시험 문제나 중간고사 문제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이건 A선생님이 내신 문제, 이건 B선생님이 내신 문제, 하고 추리했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로 한 선생님은 문학작품을 굉장히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계셔, 그 선생님이 출제하신 문학 문제들은 지엽적인 면을 전혀 공부할 필요 없이 핵심만 기억하면 쉬웠습니다.)
나중에 그 중 몇 개를 선생님께 직접 확인했고, 선생님이 어떻게 다 맞혔느냐며 신기해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저는 이렇게 선생님들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시험 범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해도
“이 작품은 이 선생님이 다루기 껄끄러워하실 거야.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돼.”
“이 선생님은 서로 다른 작품들의 동일한 키워드를 비교하길 좋아하셔. 그 관점으로 보자.”
이런 식으로 훨씬 효과적인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또한, 시험 범위에 대한 분석도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 중 말투와 위 언급한 스타일의 분석, 그리고 선생님께 따로 질문을 드렸을 때 선생님이 어떤 말투로 답변하시는지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시험 범위 내에서도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구체적인 예시로 시험 범위 내의 한 비문학 지문이 기술 분야였는데, 몇 번의 질문을 통해 선생님이 그 전문적인 지문을 부담스러워하시는 걸 파악해 다른 친구들보다 얕게 공부했고, 결국 시험에 그 지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시험을 준비하며 이런 방법을 통해
“이 지문은 시험에 나오더라도 뒷 문단은 내지 않으실 거야.”
“이 지문은 저 지문과 엮어서 내실 것 같아.”
같이 치열하게 분석하고 추리했고, 실제로 제 예상들이 거의 맞아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함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INTP는 곧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실행력이나 오랜 시간 의자에 붙어 있는 지구력은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실행 이전에 끊임없이 분석하고, 그를 통해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습성이 있는 INTP이기에, 독특한 스타일로 위에서 말한 성취들이 가능했던 면도 있을 겁니다.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
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공부라는 분야는 특히 정형화된 기준과 방법들이 많아 보이지만, 실은 자신의 방식을 찾아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공부입니다.
모든 MBTI의 수험생 여러분이 자유롭게 자신의 방식을 찾아 공부하길 바라며, 이번 칼럼을 끝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