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이제 곧 신축년, 흰 소의 해가 시작됩니다. 소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과 가까이 지내던 동물이었습니다. 사농공상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에 농사는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산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오는데요. 오늘은 소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서 교양과 지식의 폭을 넓혀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문학 작품에서 소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누항사」라는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지요. 여기서 ‘누항’이란 누추한 집을 뜻하며, 화자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수능 출제 예상 지문으로 늘 손꼽히는 작품으로 임진왜란으로 인해 피폐해진 농촌의 현실과 몰락한 양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계절은 봄으로, 밭을 갈고 한 해 농사의 기틀을 다지는 시기입니다. 화자는 몰락한 양반으로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으나, 농사를 짓지 않으면 굶어 죽기에 소를 반드시 빌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화자는 한밤중에 허름한 차림으로 소를 빌리러 옆집으로 가게 됩니다. 양반이었던 화자는 소 주인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헛기침을 합니다.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소를 빌리러 오는 것이 영 어색하고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큰 소리로 주인을 부르지 못합니다. 서성거리는 화자의 모습이라도 본 것일까요?
집 밖으로 나온 소 주인이 자신을 찾아온 연유를 묻습니다. 화자는 소를 빌려달라고 이야기하지만, 소 주인은 이미 빌려주기로 한 임자가 있다며 이를 거절합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화자는 벽에 걸린 농기구를 보며, 신세를 한탄합니다. 결국 농사를 포기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자연에 묻혀 살겠다는 다짐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 가사를 보면, ‘소’가 농사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요즘이야 트랙터다 경운기다 성능이 좋은 농기구들이 많이 나왔지만, 조선시대에는 말이나 소와 같은 가축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사 경험이 전무한 화자의 입장에서 소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그 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며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화자가 마지막에 한 결심은 현실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기에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어, ‘소’와 관련된 사자 성어도 찾아볼까요? 많은 사자성어들이 있겠지만 여러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것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교각살우라는 사자성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바로잡을 교, 뿔 각, 죽일 살, 소 우 자를 사용하는 사자성어로 삐뚤어진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입니다. 이는 ‘긁어 부스럼 만든다.’라는 속담과도 그 뜻이 상통합니다. 즉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에 굳이 힘을 기울이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망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책상을 정리하거나, 마음에 드는 펜을 고르거나, 스터디 플래너 작성과 같이 부수적인 일에 많은 힘을 쏟고 있지는 않은가요? 이런 자잘한 것들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당장 책을 펴고 시작해야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학사일정과 수능시험일정에 변동이 많았습니다. 내년에도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1년간의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에 올해보다는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외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공부하여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