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각각이 원하는 목표도 다르고 처해있는 상황도 다르다 보니, 저는 독자님들이 저의 이야기를 통해 대학 입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비법이나 요령이라기보다는, 마음가짐 혹은 영감을 얻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다가올 입시에서 수능 대박과 수시 대박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건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습니다. 그 당시 여러 건축 양식들에 대해 소개해 주는 백과사전 느낌의 책 1권을 흥미롭게 읽은 경험을 시작으로, 예술적인 감각과 더불어 정확하고 체계적인 사고를 요하는 건축이 저의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건축학과는 이과라는 말을 듣고 준비했던 외고 입시도 포기하고, 일반고인 경복고에 진학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저는 알고 보니 뼛속까지 문과였습니다.
과목에 대한 흥미, 성적으로 보나 저의 성향으로 보나 이것은 확실해 보였고,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성적표를 받은 시점에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문과라는 것을... 그때엔 진로상담실에 많이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연세대학교나 한양대학교 등 건축 관련 학과가 인문계열 모집까지 하는 대학 몇 곳을 알 수 있었지만, 그 문이 턱없이 좁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진로상담 선생님은 여러 정보들을 주셨지만, 결론은 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에 100% 확신을 가지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음 한편에 조금의 불안감이라도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만이라도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즉 소위 말하는 ‘근자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를 띄는 경우도 많으나, 젊은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가 뭣도 모르는 어린애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우연히 읽은 책 1권으로 건축학과 진학을 결정했을 때나 문과를 선택했을 때 모두 그러했습니다. 그 시점에서는 내가 생각하기에 최선의 선택을 내렸고, 그 이후의 과정에서 배워나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선택이 틀린 것임을 알아차릴 수도 있지만, 저는 18살이고, 다른 길을 찾을 것이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실패로 끝나더라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 경험 자체는 저에게 있어서 값진 재산으로 남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은 알아서 열심히 하게 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저는 사회 과목들 특히 세계지리, 세계사 과목을 특히 좋아해 1등급을 놓치지 않았고, 그것이 시너지가 되어 다른 과목들도 열심히 대비했습니다. 그 와중에 진로와 관련된 비교과 활동들을 챙기는 것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3을 앞둔 겨울방학, 수능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의 심리 상태는 그다지 안정적이진 않았습니다. 고2 때 담임선생님께 들은,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이라고 말해주는 곳들은 맘에 썩 들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너의 한계는 여기야’라고 말하며 선을 그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우려 섞인 말에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정말 걱정이 안 될 리가... 저는 소위 말하는 ‘수시충’이었으나 차선책으로써 수능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수학이었습니다.
주요 과목 중 유일하게 3등급을 넘어본 적이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인식했습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3학년 1학기에 내신 성적을 1등급대로 끌어올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하는 산이 수학이었습니다. 그렇게 방학 동안 수능 대비 겸 내신대비 특히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저의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나를 대학으로 보내 준 선생님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분입니다. 일반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런 유형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반 아이들이 잘 되기 바라는 진심 어린 열정으로 지도를 해 주시는 분이었고,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과 수많은 대화를 통해 대학 입시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짤 수 있었고,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즈음에 새롭게 만난 과외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었고, 공부 측면에 있어서는 나에게 가장 많은 자극을 주신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과외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었고, 선생님이 다니고 있는 대학과 대학생의 모습이 자극이 되었습니다. 내가 종종 감정적으로 되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할 때마다 나를 바로잡아주셨습니다.
담임선생님과 과외 선생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저의 목표를 위해 학기 중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고 내신 대비와 수능 대비를 병행했습니다. 골치 아팠던 수학도 내신과 수능에서 1등급을 찍을 수 있었고, 3학년 1학기 전 과목 내신 평균 1.3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에 지원할 만한 성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고3이라는 중요한 시점에 이렇게 귀인을 2명이나 만나다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분명히 귀인이 나타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귀인들은 자신이 열정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 나타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떨렸습니다. 이미 수시 6곳을 지원해 놓은 상태였지만,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는 곳이 1곳 있었고, 6곳 중 하나라도 붙을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수능 국어 1교시 5분 전 그때가 가장 떨렸습니다. 종이 울리고 한 10분간은 손을 벌벌 떨면서 문제를 풀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그때 그만큼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2교시 수학 이후로는 평소 모의고사를 보던 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안도감과 함께 허탈감이 몰려왔습니다. 대학 입시에 있어서 가장 큰 관문인 수능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고작 오늘 하루를 위해 독서실 책상에서 불태웠던 수많은 시간들을 대변하는 허탈감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면접.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연세대학교 1차 합격이 발표됐습니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부랴부랴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도움도 받았고, 이때 이지수능교육과 인연이 닿아 면접 대비를 하는 데 있어서 기출문제 연습과 실전 연습을 철저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또 다른 귀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면접을 볼 때도 긴장되었지만, 수능을 본 경험 을 바탕으로 좀 더 대담해질 수 있었습니다. ‘수능도 봤는데 이런 것쯤이야...’ 인생에서 큰 시험을 치른 경험은 확실히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경험이 됐습니다. 면접도 무난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저의 앞에 관문이 차례차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중간고사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기말고사가, 또 그 관문을 통과하면 수능이, 그리고 면접이라는 관문까지... 마지막 합격이라는 관문까지 나아가는 자신을 보게 됐습니다. 사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합격이라는 관문도 마지막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또 다른 문제들과 목표들이 제 앞에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현재 제... 앞에 나타난 관문은 군대입니다ㅜ)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모두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지며 눈앞에 나타나는 관문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