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가요? 다수의 학생들이 고전시가를 어려워합니다. 고전시가를 유독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중세국어로 글이 표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을 수 없으니 해석도 어려운 것이지요. 중세국어를 읽는 방법은 이전 글에 자세히 설명해 두었습니다. 고전시가를 읽고 싶은 학생들은 앞선 글을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고전시가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향가, 고려가요, 시조와 가사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사를 가장 어렵게 생각합니다. 다른 갈래에 비해 길이가 길뿐 아니라 단어가 지닌 여러 상징적인 의미까지 파악해야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문학의 갈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서정갈래, 서사갈래, 극갈래, 교술갈래가 바로 그것인데요. 가사는 서정갈래와 교술갈래에 속합니다. 서정갈래는 시를 가리키고, 교술갈래는 수필을 의미합니다. 서정갈래가 시를 의미하는 이유는 시의 주된 내용이 화자의 정서를 보여주는 데 있기 때문이고, 교술갈래가 수필을 의미하는 것은 교술의 의미가 실제 사실의 바탕 위에서 세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양식 즉, 수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가사 작품 중에 관동별곡이 있습니다. 관동지방의 관찰사로 부임한 정철이 강원도 지방을 유람하면서 지은 작품입니다. 관동 지방의 명승지를 유람하며 느낀 정서를 표현한 기행문으로 내용적으로 수필에 속합니다. 또 허난설헌이 지은 「규원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남편을 향한 원망이 드러나는 가사로 생활 속에서 느끼는 정서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가사는 교술갈래에도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등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가사 작품인 관동별곡, 속미인곡, 사미인곡은 모두 정철이 지은 작품입니다. 구운몽의 저자인 서포 김만중은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이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 가장 뛰어난 작품이며, 이 중 속미인곡이 우리말을 잘 살렸기 때문에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 속미인곡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속미인곡의 화자는 임과 이별한 여인으로 여기서 화자와 사랑하는 임의 관계는 신하와 임금의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임금으로부터 버림받은 충신인 화자가 다시 임금과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마치 여인과 님의 사랑으로 치환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듯 신하와 임금의 관계를 님과 여인의 관계로 바꿔 표현하는 방식을 ‘충신연주지사’라 부릅니다.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는 노래입니다.
일종의 기행문으로 볼 수 있는 관동별곡에도 임금에 대한 사랑이 드러납니다. 관동별곡의 서사 부분에 ‘어와 셩은이야 가디록 망극하다(아아, 임금님의 은혜는 갈수록 망극하구나)’고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상을 전개하기에 앞서 임금님을 향한 충심부터 보여주는 것이지요.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조선 전기와 조선 후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조선 전기는 양반 사대부들이 문화를 주도하면서 임금을 향한 충성을 노래하거나 자연예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조선 후기가 되면, 백성들이 문화를 주도하게 됩니다. 당연히 문학 작품의 주제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사랑과 이별, 사회 비판 등의 내용들을 작품 속에 담아냅니다. 올해 수능특강에 실린 가사 작품인 거창가에는 지나친 세금 징수로 인한 백성들의 고달픔이 잘 나타납니다. 조선 후기 거창에서는 죽은 이에게까지 세금을 걷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백성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가사를 지었습니다.
지금까지 고전시가, 가사 문학을 알아보았습니다. 가사는 길이가 길뿐 아니라 읽기도 어려워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가사 문학의 전반적인 특징과 주제의식을 숙지하고, 시험에 들어가는 가사 작품을 반복해 학습하길 바랍니다. 가사는 분명 어렵지만, 정복했을 때 그만큼 기쁨도 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