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고려가요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려가요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시가양식입니다. 고려는 조선에 비해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보다 자유로웠습니다. 특히 민중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작품에서 이들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럼 민중들이 표현하고 싶었던 정서는 무엇이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즐겨 듣는 대중가요도 사랑과 이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짝사랑의 풋풋함, 이별의 아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괴로움 등이 가요의 주제로 등장합니다. 고려 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고려가요가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수의 시가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가시리와 정석가는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시에서 말하는 사랑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를 중심으로 시를 해석해보기로 하겠습니다.
가시는 듯 돌아오시길
가시리의 화자는 임과 이별한 상황입니다. 임과 이별한 화자는 ‘나더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라고 이야기하며 임에 대한 원망을 표출하지만, 차마 임을 붙잡지는 못합니다. 혹 임이 서운하게 생각하여 다시 오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3연의 ‘잡고 싶지만,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다’라는 시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을 보내면서도 임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합니다. 4연에서 화자는 ‘서러운 임 보내옵나니, 가시자마자 다시 오소서’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가 중요한 이유는 ‘한’의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한’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데서 오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이 시의 화자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이를 받아들입니다. 이런 ‘한’의 정서는 이후 다른 한국 문학 작품에서도 드러납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화자도 임과의 이별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죠. 진달래꽃의 화자는 임과의 이별을 ‘말없이 고이 보내드린다’고 말하며 담담하게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가시리는 시 내용과 시구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한’의 정서를 보여주는 연계 작품도 함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절대 이별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작품은 정석가입니다. 이 시는 총 6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1연은 송축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송축은 임의 덕과 복을 비는 것으로 여기서는 임금의 덕과 복을 비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고려가요는 궁중에서 공연되던 곡들입니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임금의 송축을 비는 내용을 1연에 넣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연부터 4연까지는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하여 임과 절대 이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연에서는 구운밤 다섯 되를 모래에 심고 그 구운밤에 싹이 나야만 임과 이별하겠다고 이야기하고, 3연에서는 옥으로 연꽃을 새기고 바위에 붙인 후 그 연꽃이 세 묶음 피어야 이별하겠다 말합니다. 4연에서는 무쇠로 관복을 재단하고 철사로 주름을 박은 옷이 헐어야 임과 이별하겠다고 밝히죠. 5연에서는 무쇠로 만든 황소가 쇠로 된 풀을 먹어야 임과 이별하겠다고 합니다. 2~5연까지 내용들은 모두 불가능한 상황들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절대 임과 이별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6연은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도 끈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구슬은 둘의 사랑을, 끈은 둘의 믿음을 의미합니다. 즉 사랑은 깨어질 수 있으나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고려가요 가시리와 정석가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가시리는 이별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면, 정석가는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해서라도 임과 결코 이별할 수 없는 화자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시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고려가요의 형식적 특징을 학습하고 싶은 학생들은 이전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한 주 동안 모두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