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고 계시나요? 지난주에는 반가운 소식 하나가 있었습니다. 윤여정 배우께서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동양인의 아카데미 수상 자체도 이례적이고 큰 이슈였지만 윤여정 배우님만의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한 수상소감부터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은 그녀만의 패션, 센스까지 이슈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배우가 우리나라 말로 연기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영화를 보았는데, 아칸소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 원더풀” (미나리는 놀라운 풀이야)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한국어 화자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영화 미나리는 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요?
미나리에는 이민자들의 애환과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 세계는 점점 하나의 나라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일민족, 단일 인종으로 만 구성된 나라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도 단일민족이라 부르기 어색할 만큼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민자들의 정서는 특별한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이 아닌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다시 영화 속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나리의 주인공 제이콥은 한국인으로 아칸소에서 한국 농작물을 팔아 큰돈을 벌고자 하는 야망을 지닌 인물입니다. 아마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갔던 다수의 사람들은 기회와 성공의 땅인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고 그때마다 가족들은 힘든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 데이빗의 심장병, 부부의 갈등, 그렇지만 미나리처럼 살아가야 하는 이민자들.
우리나라의 이주민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올라갑니다. 고려 시대에는 몽골의 침입으로 원나라로 끌려가야 하는 백성들이 있었고, 조선 후기에는 탐관오리의 횡포로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야 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농토를 빼앗긴 농민들이 연해주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사할린이나 멕시코로 강제 이주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전쟁고아로 외국에 입양을 가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이주민들의 아픔을 다룬 작품들의 수는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진건 작가가 쓴 고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차에 탄 ‘나’는 이상한 차림새를 한 사내를 보게 됩니다. 일본과 한국, 중국 의복을 모두 걸치고 일본 말과 중국 말, 한국말을 섞어 쓰는 그. 처음에 ‘나’는 그를 경멸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그가 고향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일제의 착취로 어쩔 수 없이 비참한 삶을 살게 된 인물임을 알게 됩니다. ‘나’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함께 술을 마시며 그가 조선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즉, 그가 겪고 있는 문제는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민족 전체의 문제임을 ‘나’는 깨닫게 된 것이죠.
또 멕시코 이주민들의 삶을 다룬 애니깽이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가끔 교재에 시나리오가 실리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애니깽은 선인장에서 자라는 열매로, 이것을 채취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선인장에 손을 찔려 가며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는 조선인들을 멕시코에 넘기고 많은 이익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애니깽 농장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려냅니다.
작품에서는 강제로 끌려갔던 조선인 중 일부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만약 나라의 힘이 강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작품입니다. 이를 모티프로 김영하 작가가 쓴 검은 꽃이라는 장편소설도 있습니다. 두 작품을 함께 엮어보며 조선인 강제 이주에 대해 탐구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미나리는 스스로 고향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과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타국에서도 생활은 자신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힘겹기만 합니다. 이번 수능특강에 실린 「떠나가는 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여러분들도 어느 날 갑자기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함이 먼저 다가올 것입니다. 이주민들의 역사를 되새겨 본다면 영화 미나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영화 『미나리』와 이주민의 역사를 다룬 작품들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해당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심화 확장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작품을 접하며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