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호랑이 좋아하나요? 갑자기 웬 호랑이냐고요. 고전문학을 읽다 보면,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은혜 갚은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김현감호' 등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옛이야기 속에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지금은 동물원에 가거나 유튜브를 통해서 호랑이를 볼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일상에서 호랑이를 마주할 일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발달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 시대에는 목재를 보존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했습니다. 호랑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이죠. 조선시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비율이 지금의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았을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고, 호랑이만 전문적으로 잡는 직업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실려 있는 '호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질'의 주인공은 북곽선생으로, 마을에서 인품이 훌륭하고 학식이 높은 학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어느 날 밤, 북곽 선생은 열녀로 소문난 과부 곽리자고의 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열녀는 한 명의 남편만 섬기는 지조와 절개가 뛰어난 여성에 붙는 칭호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곽리자고에게는 모두 다섯 명의 아들이 있는데 성이 모두 다릅니다. 사실 곽리자고는 열녀라 불릴만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리고 늦은 밤 결혼한 두 남녀가 만나는 것은 유교를 숭상했던 조선 시대에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는 북곽선생도 알려진 것처럼 훌륭한 인물이 아님을 나타냅니다. 결국 북곽선생과 곽리자고의 늦은 밤 만남은 곽리자고의 아들들에 의해 밝혀지게 됩니다. 아들들은 어머니의 방에서 들리는 북곽선생의 목소리를 듣고 여우가 둔갑한 것이라 여깁니다.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를 먹으면 도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아들들은 북곽선생을 잡으려 하고 북곽선생은 그들로부터 도망칩니다. 그 과정에서 북곽선생은 커다란 구덩이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런데 구덩이에는 똥으로 가득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랑이마저 나타납니다. 이제 북곽 선생은 구덩이에서도 빠져나와야 하고, 호랑이로부터도 도망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북곽 선생은 살아남기 위해 호랑이에게 범님이라 부르며, 범의 덕을 본받고자 한다는 말로 호랑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자 합니다. 호랑이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를 질책하며 선비의 위선을 꾸짖습니다.
호랑이는 북곽선생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가 하면, 인간세계에는 죄를 짓는 자가 많아 형벌을 만들어 그들을 다스리지만, 동물의 세계에는 형벌이 없다는 점, 인간의 욕심이 커 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점 등을 들어 인간 세계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오랫동안 호랑이로부터 답이 없자 북곽선생은 손을 맞잡고 머리를 조리는데요. 마침 날이 밝아오면서 농부 한 사람과 만나게 됩니다. 북곽선생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 농부는 그에게 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느냐 묻고, 호랑이에게 빌고 있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내 예전에 들으니 하늘이 비록 높다 하되 머리를 어찌 안 굽히며
땅이 비록 두텁다 한들 얕디디지 않을쏘냐?”
북곽 선생은 호랑이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지만 이를 농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마지막 대사는 양반들의 허세와 위선을 응축하고 있는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지원은 이 외에도 양반의 위선과 허세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들을 다수 창작합니다. '양반전'과 '허생전'이 그러한 소설에 속합니다. 박지원은 오랫동안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는데, 아마도 이런 소설의 내용들이 당대 지배층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고, 관직에 나아간다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박지원의 글들은 그 당시 매우 인기가 있었고, 정조대왕도 몰래 그의 글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남겨져 있기도 합니다. 아마 정조대왕도 당대 사대부들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는 그의 글을 읽으며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문학 작품을 활자로만 읽다 보면 그 작품이 지닌 매력과 즐거움을 찾기 어렵습니다. 작품이 쓰인 사회·문화적 배경을 생각해 감상하며 사고의 폭을 확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을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