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 출제, '채봉감별곡'을 통해 본 조선 후기의 사회
2021.06.03
+
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6월 모의고사가 끝났습니다. 문학은 수능특강과의 연계율이 높은 편으로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독서 지문의 길이 길고, 생소한 제재가 출제되어 평소 독서공부를 꾸준히 하지 않은 학생이었다면 어려웠을 것입니다. 6월 모의고사와 관련된 총평은 다음시간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출제된 작품 중 '채봉감별곡'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6월 모의고사에 출제된 이 작품은 수능특강에도 실려 있는 작품으로 김채봉과 장필성의 사랑과 혼인을 주요 서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떤 갈래나 장르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과, 기존의 작품과 달리 파격을 시도한 작품들을 배우는 것이죠.  수능특강에 실려 있는 다른 작품인 '유충렬전'은 영웅 군담 소설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고귀한 혈통과 비범한 출생, 기아를 만나 부모와 이별하고 조력자를 만나는 것, 뛰어난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위업을 달성한다는 구조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반면, '채봉감별곡'은 인물 형성의 전형성을 벗어나 있습니다. 우선, 채봉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조선 시대 문학 작품에서 여성은 보조적이거나 부수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혹은 남편에 순종하고, 자신의 주관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채봉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합니다. 이미 결정된 혼인을 깨는가 하면, 양반집 자제이지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으로 일하기도 합니다. 필성은 또 어떤가요. 이방은 중인 계급이 하는 일이지만, 필성은 채봉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낮춰 감영에서 일하는 선택을 합니다. 둘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조선 후기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김 진사는 벼슬을 얻기 위해 세도가인 허 판서에게 재물과 자신의 딸을 바치고자 합니다. 이는 조선 후기에 매관매직이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매관매직은 관직은 사고파는 행위로 조선 후기 탐관오리가 극성을 부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도가에게 막대한 재물을 주고 관직을 샀기 때문에 백성들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였고, 이 과정에서 백성들은 군도가 되거나 타국으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김 진사가 벼슬을 하게 되었다면, 그 또한 이런 일들을 자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세도가의 횡포를 작품 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 진사가 재물을 잃어버리고 딸이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허 판서는 김 진사가 거짓말을 했다며 옥에 가두어 버립니다. 김 진사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그만큼 허 판서와 같은 세도가의 권력이 강력했음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채봉감별곡'과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6월 모의고사는 끝났지만, 시험지를 다시 살펴보면서, 문제의 구성이 어떠한지, 약점과 강점은 무엇인지, 남은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험 보느라 너무 고생 많았던 수험생 여러분께 박수를 보내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