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능교육 영어 선생님입니다. 이렇게 칼럼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영어 지문을 통해 익히는 배경지식에 관한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최근 ebs 연계 교재 및 수능 출제 경향은 문법이나 개별 문장의 독해를 넘어 심도 있는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지식이 없다고 해서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상식이 있으면 훨씬 편한 것은 사실이겠죠?!
그래서 첫 칼럼으로 수능 특강 독해 연습 mini test2 13번 문항에 있는 common law와 equity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에서 필요한 것은 서유럽 사회에서 국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중앙 집권적 사법제도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문장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영미법상 법률 제도의 발달사를 알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이지만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전문적인 배경지식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문제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먼저 제일 첫째 줄에 나온 court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시죠. 흔히들 법원이라고 번역을 하지만 어원을 살펴보면 성, 저택 등에서 건물에 둘러싸인 뜰, 마당이라는 의미(courtyard)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law라는 단어는 common law를 말하는 것으로 관습법과 법관의 지식,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재판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낡은 관습법을 적용하거나 잘못된, 자의적인 판결이 종종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equity는 왕의 권위를 이용하여 기존의 판결을 뒤집는 것을 말합니다.
자, 두 번째 문장을 보면 royal court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이 여기서 royal이라는 단어가 많은 혼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왕립(즉, 왕이 세운) 재판소가 문제가 되는데 또 왕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서 royal court는 왕립 법원이라기보다는 중세 이래로 내려오는 전통적 법원의 의미가 강합니다. 즉, 관습법에 의해 영주나 촌장이 내리는 결정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판결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은 왕에게 호소할 수 있었는데... 사실 일반 농민(농노)들은 거의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다.
자,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읽어 본 친구들은 기억하겠지만 리어 왕이 왕위를 두 딸에게 분할 상속한 뒤 수 백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딸들의 거성을 방문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역시, 멕베드에도 승전한 멕베드를 축하하기 위해 덩컨왕이 멕베드의 거성을 방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즉, 중세 유럽의 국왕은 왕권이 강하지 못했고 수도에 앉아서 세금을 수취할 행정 제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생산력 자체가 낮은 데다 치안마저 엉망이어서 잉여 생산물을 수도에까지 수송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국왕은 직속 기사들을 이끌고 영주들의 성을 방문하여 왕의 권위를 과시하고 현장에서 축적된 재산을 털어먹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수도의 왕궁과는 별개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바로 왕이 자기가 사는 마을에 왔을 때 재판을 청할 수가 있었습니다. 왕이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귄위로 왕궁 또는 이동하는 궁정에서 직접 재판을 수행했습니다.
비록 왕의 권력은 미약했지만 중세 가톨릭 사회의 특징 상 주교, 또는 교황으로부터 기름부음(소위 대관식 coronation) 의식을 받은 사람은 성직에서 나오는 권위를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신에게서 선택받은 사람에게 반항했다가는 지옥행 급행 티켓 예약) 대표적인 예시가 프랑스의 국왕 루이 9세입니다. 내정을 정비하고 십자군 원정을 추진하는 한편 뱅센의 느티나무 아래, 이동하는 궁정에서 최고 법관으로 소송 당사자의 호소를 들었습니다. 사후 성자에 시성됨으로서 성왕 루이라고 불리는데 이 과정이 바로 국왕의 권위가 현지 영주의 권력을 누르고 국가 질서를 확립해가는 과정입니다.
세월이 흘러 중세가 안정기에 접어들며 왕이 더 이상 직접 호소를 들어줄 수 없고 자신의 고문관들에게 사법권을 위임합니다. 거기서 탄생한 것이 Court of Chancery 형평법 법원입니다. 볼로냐 법학교 등 중세기에 걸쳐 설립된 대학(universitas, university의 어원)에서 전문적인 법률 교육(거의 로마법에 게르만 관습법 가미)을 받은 ‘관료’(bureaucrat) 계층이 형성되어 법원, 궁정 등에서 왕의 권력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하게 됩니다.
여기서 chancellor을 대법관이라고 번역하지만 사실 오늘날의 대법관(chief justice, Suprem court judge)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말 그대로 국왕의 오른팔로서 왕을 대리하여 국정 전반을 관장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국새 상서, 궁내 대신이라고도 번역하기도 합니다. 문장 마지막 would not 뒤에 생략된 부분은 provide flexible justice로 관습법원 (law court)이 제공하지 못하는 융통성 있는 재판을 형평 법원이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능 특강에도 종종 나오는 Francis Bacon도 chancellor에 임명되었습니다. 즉, 전문적인 법률가라기보다는 국왕의 조언자로서 철학이나 신학, 라틴어 고전에 능통한 사람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ebs 독해 연습에 나온 서유럽의 법원과 국가의 형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로마 시대부터 중세를 거치면서 서유럽 각국의 사법 제도 변천사를 대충 훑어보면 정말 재미있는데 제한된 지면 관계로 좀 더 재미있는 내용을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지수능교육 유튜브를 통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기에 파리에서 설립된 최고법원(Parlement, 파리 고등 법원)은 같은 시기 영국 의회(parliament)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왕에 의해 임명된 전문 항소 법원으로서 최고 법원이지 대의적인 의회제도가 아니었습니다. crown은 왕권, Parliament는 의회를 가리키는 것을 알겠는데 도대체 American colony는 왜 나왔냐고요?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pilgrim fathers)은 종교를 강요하는 왕의 권력을 피하여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천성적으로 왕권, 또는 중앙권력을 상징하는 형평 법원(equity court)에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미국 사법 제도에 관습법적, 판례법적 요소가 많이 남아있는 편입니다. 영국 역시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치며 왕권보다는 의회권력이 커지고 1875년 형평법 법원과 일반 법원이 합쳐지면서 equity와 common law와의 구별도 없어졌지만 영미법상에 독특한 개념들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윗글의 injunction은 금지 명령으로서 초기 형평 법원의 법관들이 내린 판결의 한 종류입니다. 단순한 금전적 손해 배상(compensation for damage)보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이행명령(specific performance) 또는 금지명령(injuntion)을 자주 내렸습니다. 초기 형평 법원에서 부족한 법률 지식으로 인해 융통성 있는 판결을 내렸던 흔적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능 특강 독해 연습 mini test2 13번 문항에 나타난 common law와 equity의 배경지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처음 작성하는 칼럼이라 조금은 두서없이 작성한 것 같아 읽어보는 학생/학부모 여러분들에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영어 지문을 읽으면서 알아두면 좋을 다양한 배경지식에 대한 칼럼을 준비해보겠습니다. 칼럼을 통해 여러 배경지식을 익혀두고 문제를 쉽고 빠르게 풀어 나갈 수 있길, 고득점을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다음 칼럼도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그럼!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