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물건들을 살펴봅시다. 아침에 마시는 음료수 한 잔, 무심코 사는 볼펜 한 자루, 공책 한 권. 이런 사물들은 도처에 널려 있어 쉽게 버리고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유일무이한 존재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나’를 대체할 수 있는 무수한 존재들이 있음을 깨닫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은 이런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는 시입니다.
| 대장간의 유혹 1~6행
우선, 1~6행까지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화자는 자신이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진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앞뒤 구절을 살펴봅시다. ‘플라스틱 물건’은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며,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 버’릴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언제든 대체가 가능한 사물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화자는 자신을 언제나 대체 가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버스에서 당장 뛰어내리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버스’는 늘 같은 경로를 순환하는 일상성을 상징합니다. 즉, 화자가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는 대체 가능한 존재로 살아왔던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버스에서 내린 화자는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털보네 대장간’에서 화자는 ‘시퍼런 무쇠낫’과 ‘꼬부랑 호미’가 되고 싶다고 고백하는데요. ‘시퍼런 무쇠낫’과 ‘꼬부랑 호미’는 앞서 언급한 ‘플라스틱 물건’과 달리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물건으로 표상됩니다. 이들 사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시우쇠를 달구고 벼리고 가는 과정에 필요합니다. 공장에서 틀에 찍어 대량생산되는 플라스틱 물건과 달리, 물건 하나하나에 장인의 기술과 정신이 깃들게 됩니다.
| 19~25행
마지막으로 19~25행까지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앞부분에 나타났던 구조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똥덩이’로 인식했던 화자는 ‘어딘가에 걸려 있고 싶은 소망'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화자는 같은 내용을 왜 두 번이나 반복해 언급할까요? 이는 ‘털보네 대장간’이 사라진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털보네 대장간’이 사라졌으므로 화자는 자신의 소망을 이룰 수 없습니다. 소망이 좌절된 후 정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다 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이,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똥덩이가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이어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는 가던 길을 멈추는 행위로 시퍼런 무쇠낫이나 꼬부랑 호미는 걸려 있는 존재로 치환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부정적 대상과 긍정적 대상이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물건은 내다 버리고, 똥덩이는 나락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이에 비해 꼬부랑 호미나 무쇠낫은 걸려 있는 이미지로 변화하며 상승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걸린다는 것은 가치 있는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소중한 추억이나 기억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어딘가에 걸어 놓습니다.
꼭 걸어놓지 않더라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기도 합니다. 화자가 어딘가에 걸려 있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은 세상에 유일무이하며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내는 구절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꿈을 꿉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높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7월은 수험생에게 특히 힘든 시기입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시 지원 대학이 어느 정도 결정되고,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학습 의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때입니다. 지루하고 갑갑한 수험생활이지만,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어려운 수험생활을 잘 이어가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