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모의고사가 끝났습니다. 기말고사 직후에 본 시험이기도 했지만 생소한 문학작품도 다수 출제되었고, 과학 및 경제 영역에서 독서 지문이 출제되면서 체감 난이도가 상승했으리라 예상됩니다. 특히 고전시가와 고전산문이 같이 묶여 있는 갈래 복합 지문과 그래프와 도표 모두 확인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제 지문이 상당히 어려웠을 텐데요. 이번 시험에서 경제 지문을 잘 풀었느냐 풀지 못했느냐가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출제된 작품 중에서 이육사의 황혼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이육사의 작품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라 당혹스러웠을 것입니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이육사의 시세계를 먼저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육사를 이야기하려면 그의 필명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의 본명은 이원록으로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 대구형무소에 수감됩니다. 이때 그의 수감번호가 264로 이후 필명을 이육사라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일제를 향한 저항과 독립운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필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다수의 시를 통해 드러나는데요. 간혹 내신시험 범위에도 포함되는 절정, 광야 등이 이러한 저항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 출제된 황혼은 저항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만약 저항 시인으로서의 이육사에 주목에 습관적으로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조국의 광복과 희망을 의미하는 시어를 찾으려 했다면 해당 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4번 문제를 잘 살펴야 합니다.
〈보기〉에서는 ‘대립적 구조’라는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물론 이 외의 관점으로 시를 분석할 수도 있지만, 〈보기〉를 준 이유는 해당 관점으로 시를 해석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시를 분석하면 ‘골방’은 화자가 외로움을 느끼는 곳으로 황혼이 지고 있는 바깥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편안한 곳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황혼’은 보통 하강적 이미지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지만, 이 시에서는 소외된 존재들을 포용하는 긍정적 의미의 황혼으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2연에서 화자는 황혼에게 부드러운 손을 내밀기를 요청하고, 그의 품에 안긴 모든 존재에게 입술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그의 품에 안긴 별들, 수녀들, 수인들로 의지할 가지 없이 떨고 있는 존재들로 형상화되어 나타납니다.
화자는 황혼을 통해 이들에게 입술을 보내고자 합니다. 이는 화자가 소외된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4연에서는 이렇듯 소외된 존재들의 의미가 고비사막의 행상대로 아프리카 녹음 속 인디언에게로 확장됩니다. 골방에서 외부로,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서의 확장을 통해 시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5연을 보면 외로웠던 골방은 아늑한 곳으로, 골방의 커튼은 푸른 커튼으로 의미가 변주됩니다.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은 황혼을 통해 새롭게 인식한 존재들 덕분입니다. 골방에서 존재론적 외로움을 느끼던 화자는 세상의 많은 존재들이 자기와 같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결국 자신을 위로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육사의 시 황혼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일제를 향한 강한 저항과 의지를 보여주는 기존의 작품들과 결은 다르지만 시인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시들이 출제된다면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겠지만 수능에서는 항상 〈보기〉를 통해 해석의 가이드를 준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이번에 출제된 다른 문학작품들도 이 시와 마찬가지로 생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오답을 정리하며 〈보기〉를 활용해 분석하는 연습을 해 보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