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여러분의 봄은 무엇인가요?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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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능교육  국어영역 실장
@효정

 

아직도 날씨가 제법 쌀쌀하지만 입춘이 지난 후, 겨울바람에서는 햇살의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고전시가 작품을 보면 유독 봄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시들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겨울은 지금의 겨울보다 더 춥고,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밤을 밝혀줄 등불도 부족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방한용품도 부족했을 테니까요.

 

정극인의 상춘곡에는 ‘도화 행화는 석양리에 피어 있고 녹양방초는 세우 중에 푸르도다’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이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저녁 햇살 가운데 피어 있고, 푸른 버드나무와 향기로운 풀은 가랑비 가운데 푸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은이는 복숭아꽃과 살구꽃, 버드나무와 풀이 자라나는 봄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이 표현만큼 봄을 잘 표현한 것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고운 분홍빛을 띠고, 버드나무와 풀은 생명력 가득한 연둣빛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있노라면 연둣빛과 분홍빛으로 가득한 봄의 정경이 떠오르는 듯합니다. 시를 읽을 때는 이렇듯 구절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그 이미지를 떠올려 보는 것이 감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현대시에서는 봄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요?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

 

 

 

 

2023년도 수능 특강을 받아봤다면 이미 이 시를 한 번 읽어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봄의 생명력과 아름다움 등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소설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시인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대상에서 어떤 가치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글로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대상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려면 우선, 대상을 자세히 관찰해야 합니다.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길가에서 우연히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고양이를, 화자는 오랫동안 관찰합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털과 눈, 입술과 수염에서 봄을 찾아냅니다. 고양이의 털에서는 봄의 향기를, 눈에서는 봄의 불길을, 입술에서는 봄의 졸음을, 수염에서는 봄의 생기를 발견하죠. 실제로 길에서 만난 혹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털에 코를 가까이 대면 지독한 냄새가 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화자가 고양이의 털에서 봄의 향기를 맡은 이유는 고양이 털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꽃가루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털에서 꽃가루로 그리고 봄의 향기로 변모합니다.

 

2연에서는 고양이의 눈에서 봄의 불길을 봅니다. 고양이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거대한 우주가 들어있는 것처럼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화자는 이러한 고양이의 눈에서 봄의 불길을 발견합니다. 여기서 불길은 봄의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혹은 반짝이는 고양이의 눈은 생명이 태동하는 봄의 기운과 닮아 있습니다.

 

3연에서는 고양이의 입술에서 봄의 졸음을 찾습니다. 봄이 되면 왠지 나른하고, 노곤한 기분이 듭니다. 봄이 되면 유독 졸음이 쏟아지거나 피곤해지지는 않나요? 춘곤증은 봄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입니다. 그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차갑고 건조한 겨울이 지나고 갑자기 날이 풀리면서 겨울 날씨에 적응했던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봄에는 생동감도 있지만 나른함도 공존합니다. 화자는 이러한 봄의 속성을 고양이의 다문 입에서 발견합니다.

 

마지막 4연에서는 고양이의 수염에서 푸른 봄의 생기가 뛰논다고 표현합니다. 시에서 푸른빛은 생명력, 희망, 이상 등을 상징합니다. 앞으로 시에서 푸른빛을 나타내는 시어가 보인다면 반드시 표시해 놓고 시를 해석하기 바랍니다. 화자는 봄의 생기를 느끼는 것을 뛰어넘어 뛰논다고 표현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봄의 역동성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서술어를 쓰느냐에 따라 시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느껴진다’와 ‘보인다’, ‘뛰논다’ 등 시인은 자신이 느낀 바를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공부를 할 때 단순히 시의 내용과 요점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효율적인 공부 방법도 중요하겠지만, 시 안에 담겨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가면서 온전히 시를 감상해 보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봄은 고양이로다를 감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봄을 무엇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직 봄은 오지 않았지만, 시를 읽으며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