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지수능교육 서포터즈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유리입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기가 무섭게 2월 24일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관심이 없던 이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오른 기름 값 때문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러시아의 행보는 현재도 앞으로도 긍정적인 쪽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러시아가 이목을 끌기 시작한만큼 사람들도 노어노문학과에 예전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탐구 활동을 했는지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생기부에 어떤 내용을 적으면 좋을지 어떤 활동이 들어가야 노어노문학과 합격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2학기를 앞두고 수시 합격을 위해 생기부 컨설팅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컨설팅에 앞서 나의 생기부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구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노어노문학의 ‘노’가 노르웨이어가 아니냐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노어노문학과와 러시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ㅠㅜ), ‘노’는 ‘이슬 로(露)’입니다. 러시아어로 로시야(Росси?я)를 한자음으로 옮긴 노서아의 첫 글자를 따온 것으로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는 1992년 소련 해체 시절 이전부터, 즉 러시아가 사회주의 국가일 때부터 러시아를 연구해온 전통 있는 학과입니다. 노어노문학과는 말 그대로 러시아어와 러시아의 문학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러시아CIS 지역학 또한 연구합니다. CIS는 소련이 해체하면서 독립한 국가들의 연합체로, 우크라이나도 포함됩니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우크라이나어-한국어사전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는 이처럼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는 만큼 포괄적이고 기초적인 지식을 닦아 국제 사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글로벌 전문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교육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어학 또는 노문학에 대한 심화 학습도 좋지만, 러시아와 구소련 국가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과 이해를 중심으로 생활기록부를 가꾸어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포괄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후에 그 분야에 대해 더 학습해 보았습니다. 진학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탐구하고 싶습니다’와 같은 흐름으로 생기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사진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의 전공교육과정체계도에서 일부 발췌한 표입니다. 노어노문학과에서는 단순히 노어학과 노문학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어와 러시아CIS 지역학을 배우므로, 자신이 고려대학교의 교육 비전에 맞는 인재상이고 노어노문학과에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 교육과정 체계도에 제시된 수업을 참고하여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신이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러시아와 슬라브 국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생기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일명 세특),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에 그 내용을 녹여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와 슬라브 국가’가 하나의 큰 분야라면 그 하위 분야에는 러시아어, 러시아의 문학, 러시아의 역사, 러시아의 사회, 러시아의 지리, 러시아의 정교, 러시아의 문화, 러시아와 동북아시아, 한러관계, 슬라브 사회 등 많은 분야가 존재합니다. 저는 이중에서도 러시아어, 러시아의 문학, 러시아의 역사, 러시아의 문화, 한러관계와 국제관계를 대략적으로 다뤄 생활기록부에 작성했습니다. 이 주제들을 어떻게 타 과목과 연관 지어 다루었는지 제 생활기록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사진은 1학년 심화 영어 회화 과목의 생기부 세특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역사’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두 국가의 역사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저는 1학년 동아리 활동으로 천년의 러시아 역사 중에서 20세기 초 레닌 시절의 역사와 신경제정책(NEP)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심화 활동을 거쳤습니다. 제가 생각나는 것만 해도 2차 세계 대전, 냉전 시대, 現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등 영어 과목과 러시아를 관련 지을 수 있는 주제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기부의 독서 활동에는 책을 읽고 느낀 바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하거나 조사해서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여 세특이나 진로활동, 동아리활동에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푸시킨의 책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했습니다. 굵직한 작가의 책을 다뤄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문학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알아가고자 하는지 서술하면 됩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1학년 때 러시아 천년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공부했기 때문에, 시대(고전주의-금세기-낭만주의-사실주의-은세기-소비에트 문학-현대 문학)마다 대표적인 작가의 작품을 읽고 독서 활동에 기록했습니다. 역사와 문학을 함께 공부한다면 러시아의 문화사까지 이해를 확장할 수 있고, 생활기록부에 녹여낼 수 있는 주제가 늘어나게 됩니다.
러시아의 최근 이슈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서 기존의 러시아 제국이나 소련 외에도 오늘날의 러시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인 2019년도에는 재외동포법이 개정되어 고려인 재외동포의 사정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러시아 주요 이슈를 분석하는 시사칼럼을 읽고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동아리 활동과 그 뉴스를 연관 지어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탐구했고, 3학년 진로활동에 ‘고려인 강제이주’를 대주제로 그 내용을 심화하여 스탈린 시대의 소련과 현재 한러관계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2020년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가 침체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경제 수학의 세특으로 가격탄력성이라는 개념과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농산물을 연결 지어 러시아의 사회와 경제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또한 2020년에는 푸틴이 장기집권을 위해 법을 개정하는 사건이 벌어져 몇 차례 법을 개정했던 한국의 역사와 이 문제를 엮어 생기부 세특에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에는 러시아에서 정말 엄청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최근 이슈가 넘쳐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포괄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진 후 추가 학습을 통해 전문적으로 탐구하고자 다짐했다’와 같은 흐름으로 생활기록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활기록부의 학년별 테마는 정치 – 경제 – 인권으로 언뜻 보면 일관적이지 않아 보이나, ‘러시아’라는 거대한 주제 안에서 해당 테마들을 다뤘고, 3학년 때는 기존의 러시아 관련 다양한 활동들을 종합하여 ‘재외동포 고려인’을 중심으로 한러관계에 대해 더 탐구하는 동북아시아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방향을 굳혀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고려대학교는 자기소개서가 없어졌고, 노어노문학과의 계열적합형과 학업우수형 면접은 제시문 면접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생활기록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향후 10년간은 고립되거나 국제 사회의 입지가 매우 낮아질 것입니다. 그래도 노어노문학과에 진학해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갖게 된다면 좋은 점도 분명 있습니다. 러시아가 다시 미국과 호각을 다투었던 그 시절의 위상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때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라 불렸던 그 러시아의 위상을 되찾을 즈음엔 아마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있을 거니까요. 하루빨리 학기가 끝나 여러분들의 마음에는 안식이,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에는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