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에 재학 중인 이지수능교육 서포터즈 잉코의 유리입니다. 여러분들은 신학기 자기소개 시간에 자신을 어떻게 소개했나요? 최근에는 새 학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으로 mbti 유형을 자주 물어보더라고요. 16가지로 나뉘는 나름 세부적인 성격 유형을 통해 자신을 대략적으로 소개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mbti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해당하는 성격 유형인 ISFP에게 도움이 되는 공부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성격유형 검사와 인적성검사 등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만 반짝 유행했던 심리검사가 후에 전국적으로 유행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잔다르크형(INFP)이 나왔지만, 최근에 다시 검사를 해보니 성인군자형(ISFP)이 나왔습니다. 중학교 때 받았던 성격유형검사지에는 내향형이 몇 퍼센트였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보다는 더 외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성향도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위 사진들은 ISFP의 장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성향에 맞는 특징들만 소개하겠습니다. 이 성격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는데 세심하며 배려심이 깊습니다. 대체로 성격이 유순한 편입니다. 그들은 속에 타오르는 열정을 품고 있지만,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기에 보통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열정은 다른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함으로써 비로소 드러나게 됩니다.
위 사진은 ISFP의 단점입니다. 이들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중시하기에,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들이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실천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포기해버리곤 합니다.
ISFP 장점으로 소개한 특징도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곧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격도 유순한 편이라 불만을 표출하거나 거절을 잘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열중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다른 분야에 별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ISFP의 치명적인 단점은 단연 ‘게으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룹니다. 생각한 일을 행동으로 실천하기까지 발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막상 과제에 손을 댔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나름 구상했던 계획에 따라 착수하지 못한다면 나자빠져버립니다.
위와 같은 단점들은 대입을 준비하는데 있어 굉장히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시는 3년, 정시는 최소 1년동안 공부해야 하는데,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어려워한다면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 수 있습니다. 게으름의 극치를 달렸던 저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수험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ISFP 고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부법은 먼저 자신의 주변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ISFP는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자신이 오직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지만 tv를 보고 계시는 부모님 옆에 앉아 괜스레 쉬고 싶고, 폰을 들여다보고 싶고, 침대에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계속 떠오른다면, 또 그렇게 행동하는 나날이 계속된다면, 집에서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자는 친구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기 어렵다면,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선택일 수 있습니다.
스터디 카페는 ISFP에게 최적의 공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ISFP는 타인을 많이 의식하기 때문에, 탁 트인 공부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때 혼자 핸드폰을 들여보다는 행동은 자제하게 되고 남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발동이 늦게 걸린다는 문제점도 단번에 해결됩니다. 카페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공부가 시작되는 거니까요. 저는 수험생활 학교에서 조회 시간 이전과 쉬는 시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빈 교실에서 공부했습니다. 야자 후에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ISFP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공부 계획은 그날그날 세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날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실천해온 공부 루틴은 유지하되 그날의 상황에 따라 공부해야 하는 양과 공부 과목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것이지, ‘어제 수학을 제일 많이 공부했으니까 오늘 하루는 국어만 해야지’와 같이 손바닥 뒤집듯 즉흥적으로 공부 루틴을 수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의 상황에 따라 공부해야 하는 양을 조절한다는 것은 수행평가나 시험으로 인해 공부의 총량을 줄이거나, 시간이 더 많이 확보되는 주말에 공부의 양을 늘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진은 열심히 공부한 날 잠들기 전에 쓴 계획입니다. 다음날인 10월 7은 어제 새벽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꾸벅꾸벅 졸고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빡빡하게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전날에 세웠던 계획을 전혀 지키지 못했습니다.
사실 ISFP가 다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정한 나름의 루틴이라고 해도 일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한 번 공부에 열중하면 끝을 볼 때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은 무리해서 13~14시간 동안 공부했다면 다음 날은 기력이 쇠해서 공부를 덜 하거나, 집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저만의 루틴을 정할 때 먼저 매일 공부해야 하는 과목을 정했습니다. 그 후 하루 공부 가용시간을 설정했습니다. 저는 평일 7~8시간, 주말 11~12시간으로 잡고 정한 과목에 시간을 할당하고, 할당한 시간만큼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양을 설정했습니다. 이보다 더 많은 양을 공부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날도 있었지만, 그 다음날도 자신과 약속한 시간동안 공부할 만큼의 체력을 남기며 공부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돌발적으로 행동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 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만일 제 단점을 저와 같은 성격 유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지니고 있다면, 저는 계속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ISFP는 할 일을 미룰 때까지 미루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일을 최대한 미루는 과정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까요? 아마 그 과정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다가오는 마감일이나 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을 끝마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거나 휴식을 취한 것은 자신에게 주는 당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당근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나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채찍이 항상 필요합니다.
수험생인 저에게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끝내도록 이끌던 채찍은 다름아닌 ‘대학’이었습니다. 날마다 세운 계획을 완수하여 얻는 성취감과 기쁨은 그날에만 한정되었지, 내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다지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무조건 올해에 이 대학에 입학하고야 말겠다’라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수능 당일까지 게으름이 저를 붙잡지 않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정말 강력한 동기부여를 통해, 그 동기를 곱씹으면서 저는 수험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자신에게 하는 채찍질은 가혹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부가 미루고 싶은,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나름의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된다면 수험 생활은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성숙과 희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단점을 성격 유형의 특징에 정당화시켜 굴복하기 보다는 극복해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