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 의대 22학번 잉코 서포터즈 동규입니다. 저의 경희대 의대 1학년 생활이 이렇게 끝이 났네요. 그래서 오늘은 저의 특별했던 경희대 의대 1학년 생활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시간 순서로 글을 써볼게요.
ㅣ대망의 입학
저는 경희대 의대 입학 초에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10대 내내 서울대 의대를 가고 싶었고, 서울대 의대를 떨어진 날 이후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습니다. 저의 인생의 목표를 서울대 의대로 잡으니, 떨어진 순간 제 인생이 보잘 것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경희대 의대에 입학해서도 학교 생활을 잘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연히 만나 밥을 먹게 된 동기 3명과 첫날 마음이 잘 맞아,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두웠던 저를 반겨준 동기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아직도 품고 있습니다. 입학해서 수강신청도 뭐가 뭔지 몰라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업은 솔직히 하나도 안 들었습니다. 그냥 출석만 하고 과제도 대충대충 해서 냈습니다. 다들 예과 1학년 공부 안 한다 하니 정말 공부를 안 했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인지 저는 계속 내가 왜 경희대 의대를 다니는지 의문을 품고 학교에 다녔습니다.
ㅣ학교 생활
학기 초반까지는 아직도 고3 티를 벗어내지 못했습니다. 입시 얘기나 즐겨하고, 학원이 어떻고 이런 얘기나 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동기들에게 입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더군요. 다른 동기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공부가 아니라 악기를 잘하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외향적인 사람 등 각각의 개성과 컨셉을 잡아갔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중간고사 이후부턴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녀 보기도 하고 저희 동네에 동기들을 불러서 술도 마시며 나름 학교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저란 사람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저만의 정체성은 여전히 없었지만 그래도 고3 티를 벗어내 어엿한 대학생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이 변할 수 있으니 여러분들도 대학에 가면 초반에 많은 친구들과 얼굴을 트고 인사하는 사이로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ㅣ여름 방학
여름 방학이 되니 저는 제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게 맞는가 의문을 품었습니다. 경희대 의대 1학년 생활이 제가 원하던 그런 청춘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상상 속 대학교 1학년은 화려한 봄날에 눈부시게 예쁜 여자친구와 대학 생활을 할 줄 알았죠. 그래서 새로운 대학에 가서 다시 대학생활을 다시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부터가 사람을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눈부시게 예쁜 여자친구는 당연 있을 법한 이야기도 아닌데 그 당시엔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8월까진 동기들이랑 밥도 먹고, 놀러도 가고, 수영장도 가고 놀다가 8월 말부터 드디어 수능 문제집을 폈습니다.
ㅣ반수
9월 모의고사가 다음 주인 때에 반수를 시작하여 문제를 푸니 긴박했습니다. 그래서 6월 모평 하나만 풀고나서 해설 보고 9월 모의고사에 응시했습니다. 9월 모의고사는 고3 때 담임 선생님께 부탁하여 모교에서 응시했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담임 선생님은 저를 위해 고사장을 마련해주셨습니다. 너무나 제가 감사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입니다. 9월 모의고사 결과는 당연 처참했습니다. 탐구 과목 둘 다 2등급이 나오더군요. 정시 반수를 생각했던 게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깨닫고 곧장 수시 반수로 계획을 틀었습니다. 서울대, 연대, 가톨릭대 딱 세 장의 원서만 준비했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한 일이 많았습니다. 2학기가 되고, 휴학을 할까 무휴학을 할까 고민하며 지금 다니는 경희대 의대가 너무 싫다는 가슴에 대못 박을 말을 했습니다. 20년 뼈빠지게 뒷바라지하여, 1년 등록금 12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여 보낸 대학을 아들놈이 싫다하니 부모님께서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이제 와서 깨달았습니다. 의대에서 의대로 반수는 힘들다는 주변의 말에 무휴학 반수를 결심했고, 최저만 맞추자는 마인드로 공부했습니다. 당연 학교를 다니니 반수의 간절함은 사라지고, 공부도 하기 싫더군요. 경희대 의대 1학년 2학기 대학 생활은 거의 처참했습니다. 수능 공부를 하는 것도, 학교를 잘 다니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성을 놓고 "인생 한 번인데 무슨 의대는 의대냐 다 때려치우자"라는 생각에 수능 공부를 접고 술만 마셨습니다. 이렇게 10월 첫 주에 공부를 놓았습니다.
(수능 끝나고 집 돌아오는 길)
ㅣ수능
그렇게 술만 마시며 동기들과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던 도중, 연세대 의대 1차 발표 문자가 왔습니다. 조회해 보니 1단계 합격. 이날이 빼빼로 데이인 11월 11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요즘 의차한수약 다음에 스카이가 시작된다고 한들 저는 스카이를 동경했기에, 제게 연세대 의대는 저의 모든 결핍감을 충족시켜줄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11월 17일 수능까지 단 6일 저는 수학, 탐구로 최저를 맞추자 생각했고 수학은 오로지 6, 9평만 보았고 탐구에 올인했습니다. 기출부터 사설까지 탐구 푸는 것에 6일을 쏟았고 굉장히 전략적으로 수능날 행동강령을 만들었습니다. 수능날 당일 긴장도 안 되더군요. 작년과 달리 저는 거만한 태도로 수능장에 들어가 수능을 치렀습니다. 수학 탐구 1등급을 만들어 내었고, 최저를 기적적으로 충족했습니다. 수능이 끝난 그 주 토요일에 연대 면접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없었고 피곤해서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면접장에 갔습니다. 면접이 생각보다 쉬워서 저는 대답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면접장을 나왔습니다.
ㅣ새출발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반수 실패했습니다. 다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최저를 맞추었고 면접을 보고 떨어졌기에 더 이상 미련이 없습니다. 연대 면접장에서 나온 순간부터 저는 다짐했습니다. 제가 어떤 대학에 있는 것과 무관하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단 한 번뿐인 20대를 청춘 그 자체로 보낼 것이라고. 10대 때 저는 대학에 붙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 생각해서 10대의 저는 공부만 했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너무 후회가 되었어서, 앞으로 하고 싶은 건 즉시 시행해야지 다짐했습니다. 이후 저는 동기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고 친구들과 매일 나가 놀았습니다. 집구석에 박혀 우울할 틈도 없이 낭만을 보냈습니다. 대학 동기들과 밤새 놀기도 하고, 고등 친구가 있는 인천까지 왕복 4시간을 걸려 떠나기도 하고, 드럼을 치고 스케이트 보드도 타며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했습니다. 인스타에 뜨는 핫플이라는 곳을 전부 점령해보기도 하였고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저는 인생이란 나 자신에게 달린 것인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헬스를 하며 저 자신을 더 건강히 만들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제 자신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저의 모습대로 제가 행동했기에 이 모든 걸 이룰 수 있었습니다. 고3 때까지 혹은 N수를 최선을 다해서 대학에 들어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집니다. 여러분 대학에 들어가, 여러분이 원하는 모습을 즉시 시행하세요. 인생은 한 번뿐이고 꽃 같은 청춘의 대학 생활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잉코 동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