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잉코 서포터즈 5기 족장입니다. 종강종강 노래를 부르던 저는 종강 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칩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300걸음 정도 걸었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갤러리를 살펴봤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1학기 때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여러분들께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카라카부터 대동제, 그리고 각종 특이한 수업들까지. 가시죠.
| 아카라카
역시 연세대학교 하면 아카라카를 빼놓고 말할 수 없겠죠. 5월 20일에 진행된 아카라카는 티켓팅부터 정말 치열했는데요. 저는 운이 좋게도 개인 티켓팅에 당첨이 되어서 티켓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카라카 뜻은 로마시대의 어떤 장군이 개선할 때 외쳤던 승전 구호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 밖에 독수리 울음소리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아카라카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바는 없지만 민간어원으로여러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음악과 즐거움 아래란 뜻으로 악하락하(樂下樂下)에서 따왔다는 이야기 즉, 음악이 있어야 즐거움이 있다는 뜻과 연세대학교의 상징인 독수리 울음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문에서부터 파란 하키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해서 누가 보아도 그날이 아카라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노천극장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노천극장으로 가는 캠퍼스 길목에는 여러 기업의 부스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관계자분들께서 자사 신제품을 홍보하며 나눠주기도 하시고 룰렛 돌리기나 공 뽑기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되고 있어서 아카라카 본 행사 전에도 즐길 거리가 많았습니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응원단 소개와 운동부 소개가 있었는데 이때 운동부 부장님들께서 선물을 던지는 이벤트를 하십니다.
거리상 대부분 가까운 스탠딩 석으로 떨어져서 혹시 내년에 아카라카에 오시게 된다면 꼭 스탠딩 석을 쟁취하시길 바랍니다.
10cm로 시작하여 싸이까지 이어졌던 무대를 많은 가수 분들께서 빛내주셨는데 이걸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재미가 없어져서 사진들로 대체하겠습니다.
사진과 영상을 찍다가 중간에 배터리가 나갔다는 것으로 그날의 열기를 증명하겠습니다. 멀리서 찍어서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요. ㅜㅜ
| 대동제
아카라카가 끝난 직후에 시작된 축제입니다. 올해 대동제는 국제 캠퍼스에서 첫째 날이, 신촌 캠퍼스에서 둘째 날과 셋째 날이 진행되었습니다.
대동제는 동아리들의 공연과 총 동아리연합회의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푸드트럭이었습니다.
송도에서는 캠퍼스를, 신촌에서는 운동장을 가득 메운 푸드트럭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불 초밥부터 스테이크, 타코야키, 회오리 감자, 닭꼬치, 핫도그, 츄러스, 탕후루… 정말 많은 음식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케밥과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사실 메인은 다양한 컨셉의 주점이었지만 저는 술을 즐기지 않아서 푸드트럭 도장 깨기만 했습니다.
음식 말고도 총동아리연합회에서 준비한 에어 범퍼카와 각종 오락실 게임, 트램펄린들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땡볕 아래에서 뛰는 트램펄린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긴가민가하며 올라갔다가 산발이 된 채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축제하면 굿즈도 놓칠 수 없죠. 야무지게 받아왔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배지도 있는데 사실 이게 주목적이었습니다. 이번 대동제 테마인 새벽 컨셉으로 예쁘게 만들어 주셔서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 이씹
욕이 아닙니다. ‘Eastern Civilization’이라는 강의인데 줄여서 이씹이라 부르고는 합니다. 해당 강의는 특이하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10분 이내의 영화를 만들어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됩니다. 중간 때 영화 대본을 작성하고 기말 때 촬영을 하는 식입니다.
이 평가 방식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인데 우선 수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주제에만 맞춰서 대본을 작성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수업과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없어도 된다는 것에 가깝지만 관련이 있기가 힘듭니다.
참고로 올해 주제는 ‘2123’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상당히 대규모의 팀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팀마다 20명 이상씩의 팀원들이 존재하고, 이 팀원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하나의 대본을 뽑고, 역할을 분배하여 영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희 팀에도 여러 잡음이 있었고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규모로 팀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것은 처음이라 여러모로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생각보다 촬영하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요. 저는 배우를 맡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웃음을 참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결과물의 질이 아니라 과정을 충실히 따라갔냐를 기준으로 점수를 주시기 때문에 더 마음 편히 참여했던 것도 있습니다. 투표를 통해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을 뽑고 보너스 점수를 주시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라는 것만 잘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대왕 팀플을 겪고 나니 다른 팀플은 두렵지 않아졌습니다.
| 세미나
저는 1학기에 ‘Introduction to Science, Technology, and Policy’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해당 과목은 기말고사 대체로 세미나를 진행하였는데 세미나에 참여하였던 기억이 좋게 남아서 여러분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미나는 중간고사 때 발표했던 주제를 교수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각자 발전시켜서 발표하고, 초청 강연자 님의 강연을 듣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세미나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부분은 1박 2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는데요. 교수님께서 호텔비 및 식비를 전액을 부담해 주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해보니 저는 운 좋게 2인실을 혼자 쓰게 되어서 속으로 방방 뛰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호텔 내의 회의실에 모여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주로 AI와 관련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저녁 발표가 끝난 뒤에는 호텔 1층에서 맥주를 마시고 따로 치킨을 시켜 주셔서 친한 사람들끼리 뭉쳐 방에 가서 먹었습니다.
다음날은 마찬가지로 발표를 듣고 초청 강연을 들었는데 백신과 제약에 대한 내용이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중간에 기기에 문제가 생겨 호텔 측에서 이를 고칠 동안 교수님께서 커피를 사셨는데 여기서 제가 놀랐던 점은 전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통일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편협한 사고에 갇혀 있었던 걸까요? 각자 자기가 마시고 싶은 메뉴를 주문해서 저는 초코라테를 마셨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교수님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즐겁게 세미나를 끝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세미나에 참여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이렇게 저의 1학기를 몇 가지 에피소드들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늘어놓고 보니 먹고 논 이야기밖에 없는 것 같네요. 최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일을 벌인 듯합니다. 그래도 제 경험담으로 더위와 입시 준비에 지친 여러분들이 대학 생활을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언제 끝나나 싶은 고등학교 생활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무거운 기억은 가라앉고 좋은 기억만 남아있을 거예요. 아주 조금만 더 파이팅!